국민의당은 한때 19대 대통령 선거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제3지대’의 중심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대선 시계가 앞당겨지며 제3지대 돌풍은 미풍에 그친 모양새지만 국민의당이 반전을 이뤄낼 잠재력은 남아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인을 분석해봤다.
◇安 전 대표의 활로는 文 전 대표와 양자구도=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로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 본선을 치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정치권은 평가한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해 4·13 총선 이후 주춤한 상태이지만 양자대결로 대선판이 압축되면 문 전 대표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안 전 대표가 흡수할 수 있다. 범여권에 무게감 있는 대선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보수층이 차선책으로 안 전 대표에 표를 던지는 시나리오다. 탄핵 인용이 결정된 뒤에 국민이 정책적인 대안과 비전을 평가하는 국면이 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안 전 대표의 전문성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확고한 지지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은 안 전 대표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안 전 대표는 지역적으로 호남, 이념적으로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지만 이들을 열성 지지층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선 레이스가 진행되며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민주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압력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제7공화국’ 외치는 손학규, 개헌연대가 변수=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앞서 ‘3월 내 정치권의 빅뱅’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을 내세우며 출마한 손 전 대표는 여야를 아우르는 ‘개헌연대’가 일어날 경우 최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4선 국회의원, 3번의 당 대표, 경기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등 폭넓은 정치 경험에서 오는 안정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손 전 대표에게는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 전 대표를 뛰어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당적을 옮기며 생긴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가 무산될 경우 큰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은 위협 요인이다.
◇‘유일한 호남 후보’ 천정배, 강점이자 약점=전남 목포 태생인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대선주자들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이다.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이는 천 전 대표에게 강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천 전 대표도 지난해 12월26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호남 출신인 제가 호남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대선주자들이 ‘통합’을 이야기할 때 유일하게 호남과 영남을 분리해서 대립시키는 전략은 대선 국면이 본격화할수록 지지율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 후보론’이 천 전 대표의 강점이지만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천 전 대표는 대선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이 1%를 넘지 못해 여론조사 발표에서 아예 생략되고는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MC정배’라는 이름으로 랩을 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서 천 전 대표는 후드 티셔츠를 입은 채 스냅백 모자를 거꾸로 쓰고 “내 이름 기억해, 난 천정배”라고 랩을 반복했다./박효정·권경원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