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시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일 실시한 국내 한 대기업의 인적성검사 문항이다.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인적성검사에서 역사 에세이를 실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1일 대졸 신입사원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적성검사(H-MAT)의 역사 에세이 주제로 쇄국정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채용에서는 ‘르네상스의 의의’, 하반기에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의미’ 등 다소 가벼운 주제를 제시한 것과 비교할 때 수험생들이 느끼는 압박은 한층 높았다는 전언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이 올해 응시생들에게 쇄국정책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역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등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거세지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번 에세이 역시 단순히 쇄국정책에 대한 평가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문항에서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는 등 현재 상황을 타개할 해법도 함께 물었다. 인적성검사를 치른 김모(27)씨는 “쇄국정책이 조선의 패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서술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쇄국정책의 주체가 아닌 만큼 두 번째 문항으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았다”며 “결국 미국과 중국 등 쇄국정책을 펼치는 국가의 국민들도 원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해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역사 에세이는 현대차그룹 14개 계열사 중 현대차 지원자만 치렀다. 또 인적성검사 전형의 당락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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