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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감성 중시 ‘여성적 마케팅’ 시대가 왔다

FORTUNE'S EXPERTR|안병민의 '경영 수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품질 좋은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비슷한 성능을 지닌 제품 속에서 고객들은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브랜드에 마음을 열고 있다. 기능과 품질에 대해 강조하던 마케팅의 무게 중심도 감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마케팅 자세가 필요하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여성적 마케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함께 놀던 엄마가 망치에 손을 다친 척합니다. 생후 24개월인 아이는 엄마가 다친 게 마치 자기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울먹이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아이는 여자 아이입니다. 다른 여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반응이 나옵니다. 여자 아이들은 보통 상대가 다쳤다 하면 그 아픔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입니다. 반면 남자 아이는 엄마가 아파하며 피가 난다고 하는데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웃음을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방송 중 한 장면입니다.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남녀의 차이는 시쳇말로 ‘어마무시’합니다. 영화 속 대화 장면을 소리 없이 영상만 보여주었더니 여자는 대화 내용의 87%를 파악하는 반면 남자는 42% 수준에 그치고 맙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연구실험 결과입니다.
이런 남녀의 차이를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류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보면 남자는 ‘사냥꾼’이었고 여자는 ‘채집자’였다는 겁니다. 사냥꾼은 한눈을 팔 수가 없습니다. 도망가는 사냥감을 놓치면 그날은 온 부족이 굶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언가에 몰두한 남편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오로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반면 채집자는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닙니다. 먹을 양식을 채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를 모으기 위함입니다. 지금 당장은 먹을 수 없지만 한 달쯤 지나면 제대로 익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위치를 그렇게 파악합니다. 아기를 돌보며 공동작업을 해야 하니 상대의 감정을 읽는 능력 또한 뛰어납니다. 늘 귀를 열어놓고 사는 여자들의 언어와 직관 능력이 발달한 배경입니다.
오해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누가 낫고 누가 못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얘기하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남자에게는 ‘사실(fact)’이 중요한 반면 상대를 배려하는 여자에게는 ‘관계(relation)’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하루 종일 집안일로 힘들어 몸이 으슬으슬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아내에게 남편의 답은 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병원 가봐” 혹은 “약 먹어”입니다. 남자에게는 ‘아픔’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자가 원하는 답은 이런 게 아닙니다. “오늘 힘들었나 보네. 잠깐 일어나봐. 내가 어깨라도 주물러줄게.” 이런 대답이 여자의 마음을 다독입니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 했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표현이 마케팅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금성에서 온 고객’이 원하는 것을 ‘화성에서 온 마케터’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껏 고객이 필요로 하던 것은 ‘문제의 해결’이었습니다. 그러니 구매 과정에 있어서도 제품의 기능과 품질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공급은 차고 넘칩니다. 고객의 눈높이 또한 높아졌습니다. 그러니 고객들은 문제 해결을 넘어 나를 이해하고 내게 공감해주는 브랜드에 마음을 엽니다. 당연히 마케팅도 달라지고 있고 또 달라져야 합니다. ‘이성’에 초점을 맞추던 마케팅의 무게 중심이 ‘감성’으로 옮겨가고 ‘기능’만 이야기하던 브랜드들이 ‘디자인’을 이야기합니다. 고객들도 이젠 일방적인 ‘공지’가 아니라 말랑말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고객 중 하나가 아니라 나를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요컨대, ‘남성적 마케팅’의 시대가 저물고 ‘여성적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웃과의 분쟁으로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평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듣던 터라 이런 일이 그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변호사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앞뒤 없이 쏟아냅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냉정합니다. “그런 이야기는 소송에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쟁점만 정리해서 다시 얘기해주세요.” 전형적인 ‘남성적 문제해결’ 접근입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여성적인 공감과 배려’입니다. “아이고, 정말 속상하셨겠네요. 하지만 이젠 너무 걱정 마세요. 좀 힘드시겠지만 저랑 한번 헤쳐나가 보시지요.” 시린 고객의 마음을 녹여주는 대답은 이런 겁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시대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직업으로 간호사가 의사보다 더 상위에 꼽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IBM의 ‘인공지능 의사’는 이미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환자와 눈을 맞추며 “오늘은 좀 어떠세요? 어제보다는 얼굴이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 하며 미소를 건네는 간호사의 역할은 결코 로봇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제 환자의 삶을 보듬어 안아야 하는 병원에서도 역시 여성적 공감과 배려는 필수입니다.
살펴보면 이런 일은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됩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인 ‘고재영 빵집’ 사장님은 매주 일요일 쉬는 날마다 매장 입구에 이렇게 써 붙인답니다. “지금 고재영 빵집은 맛있는 에너지 충전 중.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고 맛있는 월요일에 만나요.” 이걸 ‘남성적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금일 휴업”입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무척이나 효율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효율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겨납니다. 울산대학교에서는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합창’을 전공 필수로 넣었습니다. 초점은 ‘협업’입니다. 공부에만 몰두하느라 타인과의 협업에 서툴렀던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시키는 겁니다. 환자 치료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의 연설을 공부하는 비즈니스 리더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표정과 몸짓 등 풍부한 표현을 통해 청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하는 그들을 보며 고객과의 유연한 소통 방법을 배우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보다는 ‘무엇을’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의 방법보다는 메시지 구성에 더 신경을 썼을 겁니다.
‘여성적 마케팅’의 시대입니다. 사냥꾼의 야성보다는 채집자의 공감과 배려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곧추 가는 ‘직선’이 아니라 돌아가는 ‘곡선’의 미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니 전문가로서의 냉철한 카리스마보다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동조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해결’이 아니라 ‘공감’에 있습니다. 여기 간단한 팁이 있습니다. 고객과 항상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겁니다. 고객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감과 배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사회운동가라고 이야기하는, 휴 헤프너 <플레이보이>창업자의 말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원하는 사람을 얻으려면 그를 사랑해야 한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서울경제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안병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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