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미국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는 민간 주도의 투자가 일궈낸 값진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페이스북 등 미국에서 탄생한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정부의 지원보다는 자발적인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을 거쳐 성장했다.
이처럼 과학기술 분야의 선도국인 미국에서는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춰 기초연구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R&D 예산 대비 기초연구 지원 비중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미국 연방정부는 기초연구 예산으로만 317억4,900만달러를 배정했는데 이는 연방정부 전체 R&D 예산의 23.7%를 차지한다. 응용연구 분야 예산 비중(25.5%)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에는 과학·혁신 계획을 수립해 기초연구 지원기관의 R&D 예산을 2006년 97억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195억달러로 늘렸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기초연구 지원이 이뤄진다. 한국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 등 여러 부처를 통해 기초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임길환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미국 연방정부는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NSF 등 일부 핵심 기관의 집행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투자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국가와 비교해 효율성과 집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유명한 독일의 기초연구 지원 정책은 ‘기회와 균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기초연구 지원을 주도하는 기관은 ‘독일연구재단(DFG)’으로 2014년 기준 전체 R&D 투자 규모는 27억2,980만유로다. DFG는 기초연구비를 배분할 때 젊은 연구자(학생·석박사 과정 이수자·초기경력 학자)를 우선으로 고려한다. 또한 성별과 인종, 지역, 장애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 예산지원 과정에서 소외되는 연구진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 연구진이나 기관의 프로젝트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영국은 연구기관이 정부 부처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내용의 ‘홀데인 원칙’을 중심으로 기초연구 지원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기초연구 등 R&D 관련 예산을 집행할 때 정부 부처는 어떠한 압력도 행사할 수 없으며 연구자는 동료들로부터만 평가를 받게 된다. 연구진이 정부 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