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를 20배 이상 팽창시켜 뇌의 초미세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어떻게 뇌가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뇌 질환을 정복하는 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성균관대학교 성균융합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장재범 교수 연구팀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에드 보이든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뇌 및 장기를 20배 이상 팽창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일반 광학 현미경의 해상도를 열 배 이상 향상 시켜 2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배 팽창 후에는 뇌 및 장기가 투명해져 일반 현미경으로도 조직의 깊숙한 안쪽을 초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뇌를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초고해상도 현미경을 개발한 세 명의 과학자들에게 노벨 화학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초고해상도 현미경은 값비싼 특수 현미경이 필요하고 또한 두꺼운 조직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시료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지난 2015년에 MIT 에드 보이든 교수 연구팀은 흡수젤을 이용하여 뇌를 4.5배 팽창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흡수젤은 물을 매우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그 동안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어 왔다. 이 물질을 물속에 넣어주면 물을 흡수하면서 흡수한 물의 부피만큼 팽창하게 된다. 장재범 교수 연구팀은 이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뇌 및 다양한 장기를 50배까지 팽창시켰다.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뇌 신경세포들이 어떤 시냅스를 통해 삼차원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매우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기법은 뇌뿐만 아니라 현미경을 사용하는 모든 생물학 및 의학 분야에 널리 사용될 수 있다.
최근 암 조직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들의 복합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 조직을 초고해상도로 관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기법은 암을 연구하는 데에 그리고 환자에게서 떼어낸 암 조직을 분자수준으로 이해하여 정확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재범 교수는 “이번 성과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뇌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뇌 연구뿐만 아니라 암 연구, 줄기 세포 연구, 혹은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 논문은 네이쳐 메소드(Nature Methods)지 온라인 판에 지난 18일 게재되었다.
장재범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과 생물학을 복수전공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마친 후 동대학에서 뇌과학을 전공하였으며, 작년 3월부터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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