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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펀드 아~옛날이여

'어린이날 선물' 인기 끌었지만

포트폴리오 차별화 안되는데다

판매 부진에 관리 소홀 '악순환'

수익커녕 최근5년 19% 손실도





주부 윤나영(37)씨는 2년 전 어린이날만 생각하면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 선물로 어린이펀드에 가입했는데 2년 연속 두자릿수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자녀의 첫 재테크를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윤씨는 “마케팅에 비해 증권사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해서 예금이나 적금으로 옮겨가는 게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어린이날 선물 등으로 자녀에게 ‘어린이펀드’에 가입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자녀들의 경제관념 교육과 장기 투자 개념에 따른 선택이었다. 판매사도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이 좋아할 사은품을 지급하거나 해외연수, 경제교육 캠프 등을 홍보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이렇게 가입한 어린이펀드지만 알고 보면 일반 펀드와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지 않고 수익은커녕 일부 상품에서는 원금 손실을 우려해야 할 정도여서 투자자에게 신중함이 요구된다.

1일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 펀드 23개 종목 중 총 7개 종목이 최근 5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대한유화·롯데케미칼 등의 대형주에 투자하는 ‘하나UBS아이비리그플러스’는 최근 5년간 손실이 19%로 전체 펀드 중 가장 부진했다. 이 펀드는 1·3·5년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였으며 올해 주식 시장의 호황에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0.8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CJ E&M, KB금융 등을 담은 ‘대신대표기업어린이’와 삼성전자·롯데케미칼·SK하이닉스 등을 담은 ‘키움쥬니어’ 역시 최근 5년간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던 최근 2년간 수익률을 보면 전체 종목 중 5개 펀드만 1~4% 정도의 수익을 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다.



어린이펀드는 장기투자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다양한 어린이 마케팅도 한몫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06년부터 어린이펀드 가입자 중 일부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글로벌 경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문화예술 체험과 펀드모의투자, 경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이 같은 이벤트 제공에도 정작 펀드의 실적이 부진하자 증권사의 추천 리스트에서 어린이펀드는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펀드의 구성 종목이 일반 펀드와 큰 차이가 없어 차별화가 되지 않아 굳이 해당 펀드를 고객에게 권할 이유도 없다. 상황이 이렇자 KB자산운용은 지난 2013년 11월 ‘KB온국민자녀사랑펀드’의 판매를 중단했고 이미 가입한 고객들을 위해 펀드명을 ‘장기플랜’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어린이펀드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펀드매니저의 관리가 소홀해지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전반적으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실적이 뛰어난 어린이펀드도 있다.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이 출시 당시부터 각별하게 챙긴 ‘신영주니어경제박사’ 펀드는 최근 5년간 수익률이 33%에 달했으며 10년간 수익률은 122%로 가장 높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의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의 최근 5년 수익률도 57.93%에 달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전체 펀드 중 거의 유일하게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어린이를 미래 고객으로 삼고 관리하는 운용사일수록 실적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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