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은 31일 외부인사들의 기고를 400쪽짜리 단행본으로 엮은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를 펴냈다. 사회 각 분야 저명인사와 지인, 효성그룹의 전임 임원 등 80여명이 조 전 회장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기고한 글을 모은 것으로 원래 지난 2014년 조 전 회장의 팔순을 기념해 발간할 계획이었지만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출판이 미뤄졌다.
기고문집에는 발간위원장인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권오규 전 부총리,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 국내 인사들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미타라이 후지오 전 게이단렌 회장 등 해외 인사가 참여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올해 장남인 조현준 회장 취임을 계기로 조 전 회장의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아 출판을 결정하게 됐다”며 “외부 판매는 하지 않고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고문집에 참여한 인사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조 전 회장을 기억했다. 손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국회 재무위원회가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와 은행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금융권의 고금리와 ‘꺾기’ 관행으로 겪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근절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고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손 명예회장은 “대의를 위해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것이 조석래”라며 “이런 모습이 조 전 회장을 당당한 재계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허 회장은 조 전 회장을 일찍부터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태평양경제협의회 국제회장, 한일경제협회장 등을 맡아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곤 전 효성물산 부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의 부실해소를 위해 우량 계열사였던 효성바스프를 매각해야 했던 일을 사례로 들었다. 공 전 부회장은 “기업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 전 회장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빠르게 결정을 내린 덕분에 오늘날 효성이 있게 됐다”며 조 전 회장의 결단력을 소개했다.
해외 인사들은 민간 외교 사절로서의 조 전 회장을 높이 평가했다.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 주한 일본대사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조 전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 결과 한일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과 같은 양국 재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기회를 만들게 됐다고 술회했다. 그는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좋지 못한 시기에 조 전 회장과 같이 양국을 모두 잘 이해하는 인사가 현역으로 더 활동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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