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앤지스틸과 공장 정문을 함께 씁니다. 1960~1970년대 최고 특수강 업체였던 삼양특수강(삼미종합특수강)이 모체죠. 그만큼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 노하우가 강점입니다.”
지난 22일 중공업·기계 공장이 밀집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왼쪽에는 현대비앤지스틸, 오른쪽에는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 간판이 붙어 있는 ‘공동 정문’을 통과하니 서로 다른 두 회사 건물이 좌우로 나뉘어 마주 보고 있다. 국내 특수강 산업의 시초격인 옛 삼양특수강에서 봉강(bar) 부문이 분리된 세아창원특수강과 판재 부문이 분리된 현대비앤지스틸이다.
그 중 스테인리스 선재(wire)와 강관(pipe), 봉강을 주력으로 하는 세아창원특수강은 2015년 포스코에서 세아그룹으로 인수된 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증설과 설비 합리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첫 결과물이 올해 3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지름 10㎝ 이상 대(大)구경 스테인리스 무계목(seamless·용접하지 않은) 강관 공장이다. 무계목 강관은 철판을 둥그렇게 말아 만나는 부분을 용접해 만드는 일반 강관과 달리 압출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용접 부위가 없다. 그만큼 고압을 견딜 수 있고 가격도 일반 강재보다 7~8배 비싸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니 길이 6m짜리 봉강 반제품을 90㎝ 단위로 절단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긴 가래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듯 반제품을 작업에 용이한 크기로 자르는 일이다. 원통 모양 반제품에는 지름 40㎜짜리 구멍이 뚫렸다. 구멍 뚫린 반제품을 1,200도 고온으로 벌겋게 달군 후 구멍에 5,000톤 압출 프레스가 압력을 가하면 12m짜리 긴 파이프가 쭉 밀려 나온다. 이렇게 생산되는 대경 무계목 강관은 연 3만6,000톤. 김필호 세아창원특수강 생산관리팀 이사는 “오랜 기간 소경 강관 제작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어 대경 제작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축구장 면적 약 8배(6만6,115㎡)에 이르는 대경 공장 터는 원래 야적장이었다. 세아그룹은 여기에 930억원을 투자, 국내 최초의 대경 무계목 강관 공장을 지었다. 지금까지 국내 유통 대경 무계목 강관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김 이사는 “다품종 소량 생산 능력이 핵심인 특수강 시장에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매출 9,146억원, 영업이익 635억원으로 이익률 6.9%를 달성한 세아창원특수강은 고급 특수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오는 2020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권정태 세아베스틸 재무파트 부장은 “지난해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세아창원특수강 잔여지분 19.9%에 대해 콜옵션(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지분율을 74.8%로 늘렸는데 이는 향후 회사 이익 창출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창원=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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