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에서 마피아 분파의 우두머리를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범행을 주도한 범죄 조직은 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무고한 농민 형제까지 살해하는 잔혹함을 드러내 이탈리아 전역을 분노에 빠뜨렸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살육전은 9일 오전(현지시간) 남부 풀리아주 소도시 산마르코 인 라미스의 기차역 인근의 국도에서 현지 마피아 분파 우두머리 마리오 루치아노 로미토와 처남 마테오 데 팔마가 총에 맞아 즉사했다. 운전 중이던 검정색 폴크스바겐 소형차에 무장 괴한 4∼5명을 태운 다른 차량 1대가 접근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때문이다.
아울러 피해 차량 인근의 또 다른 소형 픽업 트럭 주변에서는 루이지(47)와 아우렐리오 루치아니(43) 형제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농기구를 싣고 이동 중이던 이들 형제가 현장을 지나다가 범행 장면을 지켜봤다는 이유로 함께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형제 가운데 1명은 차에서 내려 도망치려 시도했으나 몇 발짝 가지 못하고 붙잡혀 총에 맞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산마르코 인 라미스의 시장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마을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사건의 심각성이 소규모 지자체가 처리할 정도를 넘어섰다며 중앙 정부의 치안 당국에 즉각적인 개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난 6월 인근 아프리체나 지역에서 벌어진 2건의 살인 사건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범인들을 쫓고 있다.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수사 당국은 오늘 일을 올 들어 현재까지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피아 경쟁 조직 간의 물고 물리는 보복전의 일환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990년대 초반 마피아와의 전쟁을 본격화한 이래 겉으로 드러나는 마피아 강력 범죄는 크게 줄었으나 남부에서는 여전히 마피아 범죄 조직이 암약하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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