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 지하도 교보문고 입구는 말 그대로 ‘시장통’ 이었다. 2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보이그룹 ‘워너원’의 팬들이 멤버별 개인 사진을 교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앨범에는 워너원 사진이 무작위로 들어가 있다. 이들 팬들이 원하는 멤버 사진을 얻기 위해 물물교환의 장을 만들면서 교보문고 입구 지하보도는 늦은 시간까지 시장을 방불케 했다.
유통업계에 아이돌 굿즈 열풍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에 소비자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지만 아이돌 굿즈 시장 만큼은 시장 규모가 ‘1,000억 원 + a’로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과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아이돌 굿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SK플래닛은 걸그룹 ‘레드벨벳’의 첫 단독 콘서트 ‘Red Room’ 공식굿즈 15종을, ‘샤이니’ 멤버 태민의 첫 솔로 콘서트 ‘OFF-SICK’ 공연 굿즈 20종을 온라인 단독으로 예약 판매하고 있다. 티몬도 워너원의 공식 데뷔에 맞춰 관련 MD 상품을 단독으로 판매 중이다. 멤버 개인의 얼굴이 인쇄된 교통카드와 피규어 키링 등이 주요 상품. 21만 7,800원에 달하는 풀세트 상품은 판매 시작 2시간 만에 모두 매진 됐다. 롯데마트 역시 24만 8,000원짜리 워너원 11인 피규어 세트를 점포당 200개 한정으로 총 11개 점포에서 선보였는데 판매 예약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모두 소진했다.
식품업계와 편의점 업계도 뛰어들었다.
지난달 초 하이트진로는 워너원과 컬래버한 광고를 선보였고,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말 엑소 3단 우산을 단독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통가가 아이돌 굿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10~20대의 구매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을 위해서 10만 원, 20만 원은 기본이다. 최근 워너원과 전속 계약을 맺고 결제 금액 1만 원 당 멤버 개인 브로마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친 이니스프리 매장은 11만 원, 22만 원 단위로 결제하는 10대 팬들로 붐볐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좋아하는 멤버 1~2명의 브로마이드를 받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11만 원씩 거리낌 없이 결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주 소비층이 10~20대 여성팬에서 외연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40대 여성은 물론 중년 남성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도 지난해 연간 1,000억 원 대에서 올해는 1,300억 ~ 1,500억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아이돌 굿즈 시장 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유통업계에서 아이돌 굿즈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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