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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엠.버터플라이’ 오승훈 “완벽한 예술가 송 릴링이 사이코패스로 보이지 않았으면...”

“‘엠.버터플라이’를 준비하면서 조신해졌어요. 송의 예술관을 체화하면서 좀 더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완벽한 송을 보여드리겠습니다.”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차민호(엄기준 분)의 악행을 돕는 오른팔 김석으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은 루키 오승훈이 ‘렛미인’(2016), ‘나쁜자석’(2017)에 이어 세 번째 연극 무대인 ‘엠. 버터플라이’로 대학로 관객을 만날 채비를 갖췄다.

연극 ‘렛미인’ 오디션에서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오스카 역을 거머쥔 신예 배우 오승훈은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하는 굵직 굵직한 연극 무대에 섰다. 그에게 무대는 ‘일터’라기 보다는 ‘나를 찾아가고, 나를 알아가는 곳’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연극 연습실에 오는 길이 너무나 행복하다며 웃는다.

배우 오승훈 /사진=조은정 기자




“첫 연극인 ‘렛미인’ 무대에 섰을 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상대방과 같이 하는 호흡이란 게 무엇인지, 대본을 따라 같은 느낌으로 가고 똑같은건데, 매번 다르다는 점이 정말 많은 재미를 느끼게 했어요. ‘살아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으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나를 믿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는 점이죠. 나도 충분히 가치 있고, 누군가에게 반짝일 수 있는 사람인데, 너무 작아진 상태로 살아왔어요. 그 때 기억이 너무 소중하고,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어요. 연기자로서 터닝포인트가 된 게 바로 연극 무대였어요.”

사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농구 꿈나무였다. 경희대학교 스포츠 지도학과에 진학했지만 손가락과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고, 결국 농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농구에 대한 꿈이 사라진 뒤 방황의 시절을 겪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부족했다. 연극을 접한 뒤 내면을 더욱 들여다보게 된 그는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기에 그의 모토는 ‘거짓말 하지 않는 당당한 배우’이다.

“어렸을 땐 이런 답을 몰랐어요. 당당하지 못하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선 소심해진다는 걸 몰랐던거죠. 어찌보면 어렸을 때부터 10년 이상을 품어온 꿈이 농구선수였는데 그게 좌절됐어요. 포기가 됐든 실패가 됐든 어쨌던 그 당시 저에겐 ‘내 꿈의 실패’라는 기억으로 다가왔어요. 당시에 엄청나게 생각했어요. 다른 꿈을 가졌을 때 그 때만큼은 절대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어요. 그런 마음에서 늘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요. ”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당찬 배우 오승훈, 그의 ‘엠, 버터플라이’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르네 역 김도빈, 송 릴릴 역 오승훈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욕망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가 오는 9월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네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엠. 버터플라이’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이다.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前)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 실화를 모티브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르네의 환상 속 절대적인 존재이며 스스로 완벽한 예술가라고 믿는 송 릴링 역에는 오승훈과 장율과 더블 캐스팅됐다.

‘엠. 버터플라이’ 대본을 보고 너무 매혹적이라 느낀 오승훈은 ‘어 그래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바로 하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 잡은 건 송의 뚜렷한 예술관이었다.

“송은 예술적으로 자기 예술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예술의 프라이드나, 주관이 뚜렷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버티고 살아온 남자 경극배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예술이 무너지면 거의 죽는 사람이라고 봤어요. 그 만큼 자기 예술을 만들어가는데 엄청나게 집착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관객들이 설왕설래를 하는 건 ‘송이 실제로 르네를 사랑했느냐’ 여부이다.

“거기에 대한 답은 ‘사랑이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기 보단, ‘송의 예술이 성립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 아닐까요. 송이 르네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의 예술이 성립이 되지 않아요. 예술이 완성이 안되기 때문에 처음엔 무조건 사랑하려고 노력했다고 봐요.”

배우 오승훈 /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오승훈


“송과 르네가 사랑을 나누고 진짜 스킨십을 나누면서 사랑하게 됐겠죠. 그 속에서도 송에게 제일 중요한 건 예술이라고 봤어요. 르네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예술이 실패였겠죠. 나중에 프랑스 법원에 가서 르네에게 하는 이야기를 봤을 때, 너무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요. 송은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냈어요. 남들의 기준에선 ‘사랑이 아니다’라고 할 순 있지만, 내 기준에선 사랑한 것이 맞아요. 완벽하게 내 남자로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법정에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어요. ”

송을 완벽하게 이해한 그이지만 “송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송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겠지만, 단순히 이 친구가 예술에 미쳐서, 혹은 자신의 목표 때문에 이렇게 행동했다고 보지 않았음 해요. 송이 그저 예술을 위해 20년을 여자로 살아온 남자로만 보이지 않았음 하거든요. 동양 남자로서 무시받고 천대받는 시대에 살면서, 얻고자 하는 걸 기어코 얻어내는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은 아니라고 봤어요. 송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 분노, 분통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거짓말 하지 않는 배우’ 오승훈의 이해력과 분석력은 또래 배우들 이상이었다.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해 이렇게 깊이있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자, “남들보다 늦어서 몇 배로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느끼는 순간 배우가 소심해진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당당하지 못한 채 모호한 연기를 할 때, 배우는 불편하고 죄책감이 들고, 창피한 마음이 들어요. 내가 표현하는 인물이 왜 이렇게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송처럼 당당하게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가 정확히 알고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라고 여기게 될테니까요.”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찾아내면서 성장중인 그는 5년 내에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연기하고 소통하고, 내 안의 뭔가를 찾아내는 과정이 행복해요. 좋은 친구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뮤지컬 오디션 무대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음 해요.”

한편, 김동연 연출과 함께 새롭게 돌아온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9월 9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개막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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