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제66회 뮌헨 ARD 국제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직후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연주할 때 그냥 ‘준비한 대로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예상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정범은 “지금도 사실 우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아직 얼떨떨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번 콩쿠르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공연 기회들만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콩쿠르 측의 도움으로 유럽 각국을 돌면서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연주 실력을 갈고 닦아 피아니스트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손정범은 이번 뮌헨 ARD 국제음악 콩쿠르 결선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ARD 콩쿠르는 1952년에 시작된 독일 최고 권위의 음악경연 대회다. 기악·성악 등 클래식 전 분야를 망라한다. 지난 1973년에 정명훈 현 롯데 유스유스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바이올린·피아노·오보에 및 기타 부문 경연이 열렸다.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 외에 조영창(1982, 첼로 2위)·박혜윤(2009, 바이올린 1위)·김다솔(2011, 피아노 3위)·황수미(2012, 성악 2위)·노부스 콰르텟(2012, 현악사중주 2위) 등이 있다. 특히 이번 피아노 부문 경연 본선에서는 총 34명의 진출자가 참가해 치열한 경합 끝에 손정범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손정범은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고, 졸업 후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2011년 조르지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음악콩쿠르 특별상, 이탈리아 발티돈 국제음악콩쿠르 2위를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 받아 왔다. 상금은 1만유로(1,360만원).
손정범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 클래식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전 세계에 알려줘서 감사하다”며 축전을 보냈다. 도 장관은 “이번 수상을 통해 우리 나라 음악인들의 뛰어난 예술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클래식 저변이 더욱 넓어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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