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가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 수록할 예정이었던 고(故) 김광석의 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앨범에 싣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최근 불거진 김광석과 딸 서연양의 사망 관련 의혹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이유는 지난 2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개최된 데뷔 9주년 팬미팅에서 이와 관련한 사연을 공개했다. 아이유는 “원래 2번 트랙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였는데 어쩔 수 없이 빼게 됐다”며 “현실적인 이야기들과 맞물려 노래 자체가 왜곡될까 내린 결정이다. 좋은 날에 꼭 들려드리겠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김광석의 팬임을 자처한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서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 상당히 애정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박정민을 직접 섭외해 원곡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이 뮤직비디오는 팬미팅을 찾은 팬들에게만 잠시 공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아이유의 오프라인 앨범 발매 일정 역시 기존 25일에서 10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음원만 발표하면 차트를 휩쓰는 아이유라 하더라도 이 같은 결정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이 곡에 쏟은 애정이 컸기에, 가장 아쉬워 할 사람 역시 아이유였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 모든 작업이 완료된 만큼, 발표를 강행했다 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유는 ‘꽃갈피 둘’이라는 앨범 이름에 맞게 음악이 가지는 진심을 먼저 생각했다.
아이유의 이번 앨범 ‘꽃갈피 둘’은 평소 아껴왔던 ‘꽃갈피’ 같은 이전 세대의 음악들을 아이유의 감성으로 표현한 앨범으로, 원곡이 가진 감성은 가져가면서도 그 안에 아이유 특유의 서정성과 색채를 적절히 녹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되살려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그 속에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한 아이유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한 곡 한 곡 실제 ‘꽃갈피’를 다루듯 선배들의 곡을 소중히 다뤄왔음을 증명했다. 당장의 음원 성적이나 음악적인 욕심보다 우위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진정성’이라는 것을 아이유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당장은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아이유가 조금 수고스럽고, 조금은 멀리 돌아가게 됐을지 모르지만, 음악을 음악으로만 들을 수 있게끔 만든 그의 배려에 또 다시 많은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음악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용기,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유의 음악을 믿고 듣는 이유가 어쩌면 이러한 아이유의 진심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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