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앰블럼을 단 차량이 종종 도로에서 보인다. QM6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태풍의 눈 앰블럼을 다이아몬드형 르노 앰블럼으로 바꿔 단 차량이 아닌 국내 출시 계획을 발표하지도 않은 차량들이다. 르노의 메간 GT 역시 이에 해당한다. “국내 출시 여부와 상관없이 르노의 차량들을 시험용으로 들여오기도 한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 국내 출시를 고려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드뢰 트랙(Dreux track)에서 메간 GT을 체험해 봤다. 트랙의 길이는 2.1㎞. 비교적 짧은 거리인 만큼 직선보다는 곡선 주로가 많은 곳이었다.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고 서킷을 한 바퀴 돈 후 직접 운전대를 잡으니 살짝 두근거렸다. 트랙에서 차를 몰아 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더군다나 차량이 메간 GT다. 1.6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에 7단 변속기의 조합은 최고출력 205마력, 최대토크 28.6㎏·m의 힘을 발휘한다. 출발선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으니 몸이 기분 좋을 정도로 뒤로 쏠렸다. 작은 차체에 비해 넘치는 힘이 느껴졌다.
첫 번째 곡선에 들어섰다 빠져 나오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랐다. 아웃코스로 코너에 진입한 후 반쯤 돌고는 곧바로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마치 도로를 박차고 나가듯이 코너를 이겨 내며 질주했다. 비결은 ‘4 컨트롤 시스템’. 메간 GT의 핸들을 돌리면 앞바퀴는 물론 뒷바퀴도 움직인다. 방향은 속도에 따라 다르다. 스포츠 모드를 기준으로 80㎞/h 이하에서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곡선 코너를 잽싸게 빠져 나온 것도 이 덕분이다. 반대로 고속 주행 시에 핸들을 꺾으면 앞·뒤 바퀴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승 전 트랙을 돌면서 르노 GT를 소개했던 인스트럭터는 “4 컨트롤 시스템을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메간 GT는 전혀 다른 차가 된다”면서 “진정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아직 까지 메간 GT의 국내 출시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 코너링의 경험 하나 만으로도 벌써부터 국내 출시가 기다려진다.
/파리=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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