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근육질이 트레이드 마크인 배우 마동석(사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외모와는 달리 그는 ‘마요미’, ‘마블리’ 등으로 불리며 충무로에서 가장 귀여운 남자 배우로 꼽힌다. 2007년 MBC 드라마 ‘히트’에서 우직한 형사 남성식 역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극 중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자주 입고 나와 ‘미키성식’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커다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5년 영화 ‘천군’으로 배우로 데뷔한 그는 ‘썬데이 서울’, ‘내 생애 최악의 남자’ 등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개성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베테랑’(2015)에서는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를 유행어로 남기며 신스틸러로 부상했고, ‘부산행’(2016)에서는 아내를 위해 좀비와 싸우는 상화 역을 맡아 주연급으로 성장한 그가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서는 주연이자 영화 기획자로 우뚝 섰다. 2004년 하얼빈에서 한국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와 무고한 시민들을 괴롭히고 극악무도하게 돈을 갈취한 조선족 조직폭력배 흑사파 보스 장첸(윤계상 분) 등 일파를 한국 형사들이 제압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마석도 역을 맡은 그를 최근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인공 뿐만 아니라 강윤석 감독과 함께 기획에도 참여했다. 기획 단계부터 개봉까지 4년이 걸렸다.
△형사 액션물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강 감독하고는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인데, 저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은 할 수 있지만 감독은 할 수 없고, 강 감독이 워낙 잘 찍는 감독이니까 그 친구가 감독을 맡았죠. 준비하면서부터 계속해서 서로 의견 교환하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될만한 사건들을 찾아보고 아는 형사들에게도 자문하면서 스토리와 캐릭터를 기획했죠.
-흑사파는 도끼 등 무시무시한 흉기를 들고 나오는데 그 무시무시한 조폭들을 마석도 형사는 맨손으로 때려 잡는다. ‘한국형 슈퍼 히어로’의 탄생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찬사까지 나온다. 캐릭터도 연기도 훌륭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칭찬을 들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마석도도 험상궂은 형사이긴 해도 이웃, 동료를 챙기고 나쁜 사람을 보면 혼내주잖아요. 이런 캐릭터를 제가 좋아하긴 해요. 슈퍼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시민 히어로’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결말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간다. 범죄 액션 영화로서 이보다 더 시원시원할 수 없을 것 같다.
△액션 영화는 힘있게 밀고 가야 하는데, 개인사나 가족사가 영화에 끼어들면 템포가 느려진다. 개인사를 넣어보기도 했는데 그건 이 영화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톤을 조절했어요. 강 감독이 워낙 그런 걸 짚어 내서, 과거사를 말하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청소년관람불가에 장르도 범죄 액션이라고 생각해도 무서운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특히 ‘청년경찰’이 재중동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최대한 실제 사건을 다루되 시각적으로 잔인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사건 자체 그리고 에피소드가 실화다. 그리고 영화는 조선족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조선족이라기보다는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는 악당의 이야기다. 다만 실제로 이런 사건의 배경이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다. 그리고 그곳 주민과 형사들 공조해 조직폭력배를 잡는다.
-‘베테랑’ 때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로 신스틸러가 됐다. 그 대사 한 마디에 극장에 웃음이 터졌다. ‘범죄도시’도 장르는 범죄 액션이지만 코믹하고 웃기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장첸과 마석도가 공항 화장실에서 마지막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그렇다. 장첸이 마석도에게 혼자 왔냐는 의미로 “혼자냐”라고 묻는데 마석도가 “어 나 싱글이야”라고 받아쳐 커다란 웃음을 준다. 이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 진 건가?
△무겁고 센 장면이다. 원래는 장첸과 마석도 장면이 대사는 블랭크였는데 고민이 많았다. 그 장면에서 텐션을 올리는 걸로 하자고는 했는데 정리가 안 됐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다가 생각해보니 그 긴장되는 순간에 상대방이 주먹을 쥐면 나도 주먹을 쥐면 둘이 모두 가벼워지는데, 그 공격을 상대가 허투를 받아들이면 그 상황에서 키를 쥐게 되는 게 그 허투를 받아들이는 쪽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도 유머러스해지고, 주도권도 마석도가 쥐게 되는 거다. 그래서 장첸의 말을 그렇게 농담으로 받아친 거다.
-‘마요미’, ‘마블리’라는 애칭을 어떻게 생각하나?
△드라마 ‘히트’ 때부터 ‘미키성식’으로 불리면서 대중이 귀여워해주셨다. 그런데 그런 셔츠를 입으면 귀여워 보이겠지 해서 입은 게 아니다. 캐릭터에 맞을 것 같아서 입은 거다. 솔직히 저와 ‘귀여움’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길 지나는데 여학생들이나 삼촌 같은 분들이 “‘마요미’”하고 손을 흔드실 때도 그냥 저는 “아 네”하면서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해요. 그분들과 같이 “‘마요미’” 하면서 손을 흔들면 제 스스로 제가 귀엽다는 걸 인정하는 거 잖아요. 저는 귀여운 거랑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마동석 하면 ‘마요미’ 말고 영어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운동을 했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힘들어서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으로 가족들이 이민 갔어요. 거기서도 어렵게 살았죠.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고, 미국에서도 운동을 했어요. 보디빌딩, 권투 등 운동을 했죠. 그리고 클럽에서 보안요원으로도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응급상황도 다 봤죠. 사건 사고도 많이 봤어요. 트럭도 운전하고. 그대부터 많이 다쳤어요. 2009년에는 아프리카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철계단이 무너져서 척추가 부러진 적도 있었어요. 의사가 걷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까지 했는데 기적처럼 이렇게 걷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서 근육이 많아서 신경이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해요. 미국에서도 대학을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간 건 아니고 일을 하다가 경험치만으로 되는 게 아닌 게 있겠다 싶어서 대학을 가게 됐어요. 미국 생활은 힘들었지만 가지 않았다면 영어는 제게 없었겠죠.
-배우라는 꿈은 언제 꾼 건가?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을 가진 것 같아요. ‘록키’라는 영화를 봤는데 저런 배우도 있구나, 저런 영화도 있구나,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 저런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영화’밖에 없어요.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 친구들이 다 영화 일을 해요. 그래서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의견도 많이 구하죠. 또 제일 친한 친구가 싸이더스HQ에 있어요. 그 친구가 제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자마자 도움을 줬죠. 미국에서 선수들 트레이닝했던 이력으로 연예인들 운동하는 걸 가르치게 해줬어요. 트레이너로 이름이 알려지니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온 건데라는 생각에 그 일을 친구에게 넘기고 저는 단편 영화 찍고 오디션 보고 다녔어요. 오디션 보러 갔는데 회사 없어지고, 러닝셔츠 한 장 입고 추운 겨울에 오랫동안 버티면서 한 장면 찍은 작품을 가방 메고 극장에 돈 주고 보러 갔는데, 제가 나온 장면이 편집됐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2005년 ‘천군’으로 데뷔를 했는데, 출연하려고 3년을 기다렸어요.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마동석에게 세상은 무엇인가?
△세상은 견뎌야 하는 곳이다. 견뎌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곳이다. 맞을 준비가 돼 있고, 맞아서도 버티고 나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게 되고 갖게 되는 게 세상이다.
-‘범죄도시’ 이어 11월에는 ‘부라더’, 12월에는 ‘신과 함께’가 개봉한다. 그리고 ‘곰탱이’, ‘원더풀 라이프’, ‘챔피언’ 등도 내년이면 관객들과 만난다. 충무로에서 ‘열일’하는 배우로 꼽힌다.
△제가 일 중독이에요. 일 잘하는 사람이 멋있잖아요. 쉬는 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운동만 하고 그냥 쉬어요. 그런데 쉬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시나리오 이야기를 해요. 쉴 때도 운동 빼면 이렇게 일 생각만 하는 거죠. 특별히 흥미를 느끼는 게 없어요. 운동하고 연기하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좋은 스트레스’죠.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