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긴축 가속에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닥칠 한미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북핵 악재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다. 반면 거시경제지표만 본다면 쉽사리 인상할 여건이 못 되니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시장의 움직임은 일단 인상 쪽으로 향하고 있다. 지표금리인 3년 국고채 금리는 6월 1.70%에서 이달 들어 1.92%로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인 코픽스 금리도 1년 동안 0.17%포인트 올랐다.
시중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데는 미국 통화긴축의 영향이 크긴 하다. 그럼에도 정책금리와 시중금리 간 괴리는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한은이 시장과 충분히 교감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주열 총재가 6월 한은 창립 67주년 때 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후 아직 별다른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통위원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 동결의 연속이었다. 금통위원 4명이 무더기로 교체되고 당연직 금통위원인 부총재 인사가 늦춰진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무기력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는 깜빡이를 켤 때가 됐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통화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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