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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타임 ‘올해의 인물’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한 찰스 린드버그의 영웅담으로 미국 사회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은 린드버그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싣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타임은 고심 끝에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린드버그를 연말 특집기사로 내보냈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25세의 린드버그는 올해의 인물 1호이자 최연소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JP모건 계열의 은행가인 린드버그의 장인이 타임에 기사를 크게 쓰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뒷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타임은 한 해의 주요 사건들을 근거로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올해의 인물을 선정한다. 도입 초기만 해도 월터 크라이슬러나 오언 영 같은 기업인들이 많았지만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정치인들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름을 올린 이유다. 1938년 아돌프 히틀러로 논란을 빚은 타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07년)에 대해서는 ‘가장 뉴스가치가 있는 인물을 뽑는 것’이라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야 했다.



몇 해 전에는 외교기밀을 폭로한 줄리언 어산지가 뽑힐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선택돼 외압 의혹을 빚기도 했다.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맺고 있던 인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2012년에는 온라인 투표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위에 오르는 바람에 타임 측에서 네티즌 의견만으로 선정하지는 않는다며 강제 탈락을 시켜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의 인물 제안을 고사했다고 트위터에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는 ‘아마도’ 선정된다면 사양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타임 측은 ‘사실이 잘못됐다’며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타임은 지난해에도 ‘분열된 미국의 대통령’이라며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바 있다. 타임은 12월6일 발행일까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온라인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5%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남다른 과시욕은 이래저래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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