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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6전 7기 성공기

모듈형 로봇 플랫폼 분야서 돌풍 일으키며 '차세대 엔비디아' 별칭도

로봇키트, 스마트책상, 교육용 로봇 등 뛰어든 아이템마다 실패 거듭

제품 기획, 마케팅 전략, 소비자 분석, 원천 기술 및 특허 확보, 제품 양산 및 품질 검증 등 전단계에 걸쳐 철저한 준비로 결국 7번째 아이템에서 성공

최수규(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1일 삼성동 코엑스에 열린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중기부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가 자체 개발한 모듈형 로봇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럭스로보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


5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로봇의 매력에 흠뻑 빠진 후 로봇만 바라보고 달려온 청년이 있다. 약 150차례의 로봇 대회 수상 경력을 보유한 로봇 천재 오상훈(26·사진) 럭스로보(LUXROBO) 대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꿈꾸며 창업에 나섰지만 3년 동안 6번의 실패를 맛본 뒤에야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재도전의 날’ 행사 일환으로 마련된 ‘혁신적 실패 사례와 재도전 수기 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지난 6월 카카오그룹이 이름도 낯선 스타트업 럭스로보에 40억원을 투자해 관심이 쏠렸다. 럭스로보는 지난해 7월 글로벌 기업의 인수 제안도 받은 바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유일하게 투자 가치가 400억원에 달한다.

럭스로보는 모듈형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모듈형이란 부품을 자유롭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대표제품인 ‘모디(MODI)’는 마이크로 운영체제가 탑재돼 있어 쉽게 코딩(컴퓨터프로그래밍)해 다양한 스마트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오상훈 대표가 창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3년 8월이었다. 선후배를 쫓아다니며 끈질기게 설득했고 자본금 1,000만원으로 럭스로보를 설립했다. 첫번째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로봇 키트였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모듈형 로봇 플랫폼의 초기 모델이었지만, 당시에는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 창업자 혼자 원하는 제품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아이템은 스마트 책상이었다. 첫 번째 실패 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자며 뛰어들었지만 정부지원자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당초 내건 스마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결국 실패했다.

세 번째 아이템은 전구에서 나오는 특정 주파수를 핸드폰으로 분석, 실내 위치를 알아내는 실내위치서비스(IPS) 기술이었다. 소비자의 니즈도 철저하게 분석했고 자금도 효율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미국의 비트 라이트(Bit Light)사가 먼저 특허를 출원하면서 전구 양산을 포기하게 됐다.

네 번째 아이템은 식물의 상태를 빛으로 표현하는 스마트 화분이었다. 하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유통 비용까지 반영할 경우 판매 단가가 올라가는 문제가 있어 포기하게 됐다. 다섯 번째는 영상처리 교육용 로봇이었다. 세계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1등을 했고, 영상처리대회에 나오는 학생들도 럭스로보의 제품을 구매해 사용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10억원 수준으로 턱 없이 작았다.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한 사업 분야였던 셈이다.



여섯 번째 아이템은 전력선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loT(사물인터넷) 솔루션이었다. 대기업에서 기술 이전 문의도 있고 투자 제의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샤오미가 비슷한 제품을 와이파이 기반 기술로 개발하자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듯 잇따른 실패로 창업 멤버들은 하나 둘 지쳐가기 시작했다. 사업을 접자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져만 갔다.

오 대표는 “직원들은 추진하는 사업마다 실패가 반복되고 월급이 10만원 밖에 안 되는 ‘공짜 노동’에 지쳤다”면서 “사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온 몸으로 절감하면서 전쟁의 패잔병처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시절 로봇을 가르쳐주던 박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아이들에게 로봇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였다. 로봇 개발자의 꿈을 꾸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로봇을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했던 어린 소년의 모습도 떠올랐다.

오 대표는 절실한 심정으로 동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것이 바로 ‘모디’였다. 모디는 누구나 쉽게 코딩을 통해 조립할 수 있는 로봇 모듈 플랫폼이다.

각각의 모듈을 통해 통신도 되고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13종의 모듈로, 사용자는 자유롭게 조립해 나만의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 레고와도 조립 호환이 되기 때문에 교육용으로도 유용하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더구나 모듈 하나하나를 사용자가 쉽게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자체 기술로 반도체 운영체제(OS)를 개발했다. 반도체끼리 서로 통신하는 방식을 적용해 값싼 반도체로도 값비싼 제품의 성능을 충분히 낼 수 있다.

오 대표는 “여섯 번의 실패가 그냥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등 제품 기획, 마케팅 전략, 소비자 분석, 원천 기술 및 특허 확보, 경쟁사 분석, 제품 양산 및 품질 검증 등 모든 지점에서 더욱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인베스트먼트, 한화드림플러스 및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15억원, 올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았다. 럭스로보의 기술에 대해 ‘차세대 엔비디아’라는 호평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1억 달러 인수 제의도 왔다. 하지만 단번에 거절했다.

오 대표는 “저희 기술이 세상 사람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빛’과 같은 존재이기를 바란다”며 “사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뭔가를 향해서 절실하게 달려왔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럭스로보는 올해 10개국에 수출했고, 내년에는 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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