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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더드강관에 38% 고율관세] 韓 수입규제(올31건) 1위에...美 "퇴출 싫으면 FTA 양보하라" 무차별 공세

■美 연이은 관세 폭탄 왜

포스코 등 현지에 공장 짓는 유화책 펼쳐도 안먹혀

철강산업 압박하며 농산품 개방 따내려는 속셈인듯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출하를 앞둔 냉연강판이 쌓여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광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자료제공=현대제철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보호무역 공격은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산 탄소합금강선재에 이어 10여일 만에 또 한국산 스탠더드강관에 대한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최근 몇 달 간 미국이 내린 수입규제 조치를 보면 숨 가쁘다. 지난 11월 한국산 PET레진에 대한 산업피해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고 탄소합금강선재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를 10% 수준에서 40%로 대폭 상향했다. 이번 달에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를 제출한 데 이어 곧바로 스탠더드 강관에 40%의 예비 반덤핑관세를 결정했다. 올 들어 미국이 내린 수입규제(확정 기준)가 늘어난 건수만 8건. 지난해 23건의 대한국 수입규제를 했던 미국은 올해 총 31건으로 인도와 함께 수입규제 1위 국가로 만들었다. 이달 기준 수입규제와 관련된 조사 건수가 미국은 8건, 인도가 3건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께 2대 수출국(비중 15%)인 미국은 압도적인 대한국 수입규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철강에서 무역장벽을 더 높게 쌓고 있다. 이미 미국의 수입규제(31건) 가운데 철강·금속 관련 조치만도 64.5%(20건)에 달한다. 이는 미국이 한국산 열연·냉연·후판 등 전체의 81%에 달하는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지만 한국산 철강의 수입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철강협회가 밝힌 10월 미국의 주요 철강수입국을 보면 보호무역이 그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올해 10월 누적 기준 한국은 미국에 전년보다 1.8% 증가한 332만8,000톤의 철강을 수출한 1위 국가다. 2위인 터키(207만톤)보다 무려 130톤가량 많다. 일본은 130만톤을 수출해 3위지만 전년과 비교해서는 수출물량이 17.4% 감소했다. 미국에 수년간 수백%의 반덤핑 폭탄 관세를 맞아 현지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중국은 수출물량이 69만톤으로 한국의 5분의1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 예비판정이 줄을 잇는 상황을 볼 때 우리도 중국처럼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철강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온갖 유화책을 써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9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선재 가공센터를 열었지만 지난달 반덤핑 예비관세가 되레 기존보다 4배 넘게 뛴 40%를 부과받았다. 현지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어도 보호무역의 칼날을 못 피한 셈이다.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수입 철강이 미국의 무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행정각서에 사인했다. 미국 정부는 세제개편안이 우선이라며 결과 발표를 미뤘는데 최근 법안은 상원을 통과했다. 로비력이 강한 미국철강협회가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보호무역의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실익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관세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의적인 해석으로 한국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높은 장벽을 쌓아놓은 철강에 대한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대신 공세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농산품과 서비스시장 추가 개방, 자동차 규제 철폐 등에서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철강뿐만 아니라 우리 주요 수출품인 전기전자와 화학제품에도 각각 4건, 3건의 수입규제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거의 90%의 수입규제가 철강과 전기전자·화학에 몰려있다.



정부는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WTO 제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절차를 밟는 데만 3년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를 피할 길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의 변화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정부와 업계가 새로운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정부는 이제 수익이 안 되더라도 철강과 화학 등 기간산업은 유지하는 쪽으로 전략을 짰다는 조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 대외부총장은 “한미 FTA 재협상이 끝나더라도 미국의 행보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바뀐 통상환경에 맞춰 새 대응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도 현실을 직시하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철강분야 협의를 하는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수출을 확대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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