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본 관객들이 ‘황정민 영화 그만하고 연극만 하면 좋겠다’ 할 정도로 잘 하고 싶습니다.”
2007년 ‘웃음의 대학’ 이후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곡 ‘리차드 3세’로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황정민은 2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연극 ‘리차드3세’ 제작발표회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은 모든 배우들에겐 선뜻 택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며 “리차드 3세는 몸은 비뚤어졌지만 누구 보다 날카로운 정신력을 보여줬던 인물로 연기 공부는 물론 인간 심리에 대한 연구까지 필요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가 맡은 리차드 3세는 못생긴 얼굴에 왼팔은 움츠러들고 곱사등을 가진 신체불구자다. 그러나 강한 권력욕과 지배욕으로 자신의 집권에 방해되는 이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공연은 모든 배우가 전 공연을 소화하는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황정민은 “공연 기간 체력을 안배하는 것 역시 연기의 일부라며 예전 선배들은 더블 캐스팅에 대해 자존심 상해했다”며 “더블캐스팅을 하면 부담을 줄어들 수 있지만 예전처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겁 없이 원 캐스트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1994년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가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는 데는 후배들을 위한 마음도 컸다. 황정민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이 하는 고전극을 보며 배웠다”며 “발성, 딕션, 단어들의 장단처럼 연극 배우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연기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주고 후배들에게 교본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한편 정웅인(에드워드 4세 역), 김여진(엘리자베스 왕비 역) 등 주로 스크린에서 만나던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김여진은 “연극으로 1995년 데뷔해 대학로에서 오랜 기간 연기활동을 했던 내게 연극은 밥심 같은 것”이라며 “방송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연극은 최대치를 끌어내는 체력 단련 같다”고 말했다. 내년 2월6일부터 3월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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