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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기로에 선 현대차] 31년간 파업 없던 해는 단 4년...노조 모순 못깨면 미래없다

글로벌사는 수익성 집중하는데

현대차는 노조 무리한 요구로

고임금·저효율 구조 고착화

"현대차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

정부차원 근본 모순 해결 절실"





지난 5일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에서 진행한 17년 투쟁 승리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노조원들이 투쟁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현대자동차는 50년 역사를 거치면서 제품 경쟁력이나 품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받는다. 어깨너머 배운 기술로 코티나와 포니를 겨우 만들던 현대차(005380)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제네시스 ‘G70’을 내놓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1995년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 조사에서 34개 브랜드 중 33위였던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위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노동조합이다. 현대차가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 문제의 근본적 모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수익성 갉아먹는 노조=올해도 현대차 노사는 불협화음을 냈다. 노사는 지난 27일 오후 42차 교섭을 통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상 처음으로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상황도 벌어졌다. 앞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들이 부결하자 노조는 더 많은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는 더 양보는 없다고 맞섰다. 상황은 장기 대치 국면으로 가고 있다. 노조는 결렬의 책임이 회사에 있다며 사측이 노조원의 ‘자존심’을 건드려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고, 회사는 결렬 원인이 노조 측에 있다고 항변한다.

현대차는 5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1967년 창립 후 1996년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고 2003년부터는 4년마다 누적 1,000만대씩 늘려왔다. 올해는 누적 7,000만대를 돌파했다. 회사는 생산량을 단기간에 많이 늘려야 했고 노조는 그런 회사의 약점을 악용해 파업에 나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얻어냈다. 1987년 생긴 현대차 노조가 지난 31년 동안 파업하지 않은 해는 4년에 불과하다. 반복된 파업과 회사의 미봉책은 평균 연봉 9,600만원의 부르주아 노동자를 탄생시켰다.

회사가 성장해서 근로자의 연봉이 높아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현대차 역시 성과를 내고 보상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대차 생산성은 게으르기로 유명한 남미보다 떨어지는 등 세계 최저 수준이다. 자동차 1대당 생산 시간은 현대차를 포함해 국내 5개사 평균 26.8시간, GM의 23.4시간, 도요타의 24.1시간보다 최고 14.5% 더 걸린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연봉은 한국이 12.2%로 독일 폭스바겐(9.5%), 도요타(7.8%)보다 높다. 특히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실적은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다. 올해 3·4분기 기준 국내 공장 가동률은 95.2%로 최하위인 북미(95%)와 비슷했다. 북미 시장은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낮았다. 하지만 국내는 내수 분위기가 좋았는데도 가동률이 낮았다.



문제는 현대차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메가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든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이 성숙하면서 판매량보다 수익성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매년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발목잡혀 고임금-저효율의 악순환 구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근본적 모순 못 깨면 미래 없어=현대차 노조가 강성 노선을 이어갈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현대차의 생산구조와 관련 깊다. 현대차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개국에 생산거점이 있다. 지난해 기준 생산력은 연 550만대다. 이중 한국 공장의 생산력은 176만대(32%). 국내 공장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판매는 물론 전 세계 주요 시장에 필요한 차량을 제때 공급하기 힘들다. 회사가 노조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에 공장을 늘리면 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해외공장 신설이나 생산 차종 등도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로 강력히 결속된 것도 문제다. 산별노조는 사측에 대항할 힘이 미약한 중소 영세사업장들의 단체교섭권을 산업별(업종별) 노조가 위임받아 교섭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 산별노조는 사실상 압력단체로 변질 됐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는 금속노조의 최대 사업장이다.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국내 노조 운동의 흐름을 주도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137개국 중 73위로 종합순위를 끌어내린 주 요인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 30년간 화석처럼 굳어버린 노동법 개정 등 논의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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