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6세 ‘보행장애’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6년 안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평균 1.34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지은 서울대병원·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2007~2012년 ‘만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4만9,283명(치매약 미복용)을 대상으로 ‘일어나 3m 왕복보행’ 시간과 검진일 이후 치매약을 처방받았는 지 여부를 조사해 이 같은 상관관계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의자에서 일어나 3m 앞 반환점을 돌아와 앉기까지 걸리는 TUG(Timed up and go) 시간이 10초를 넘으면 보행장애군, 10초 이내면 정상군으로 나눴다. 또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들이 검진 이후 6년 동안(평균 3.8년) 치매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으면 치매에 걸린 것으로 간주했다. TUG 테스트는 다리의 근력, 보행속도, 균형감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결과 보행장애군은 정상군보다 향후 6년 안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1.34배(혈관성 치매 1.65배, 알츠하이머 치매 1.2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 흡연 여부, 뇌졸중·고혈압·당뇨병 등 병력, 인지기능 차이를 보정한 수치다.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노인 약 5만명 중 13.8%(6,823명)가 보행장애군이었다.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한 여성 노인의 57.6%, 남성 노인의 42.4%가 이에 속했다. 정상군의 치매선별검사(KDSQ-P) 점수는 평균 1.5점, 보행장애군은 1.8점이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인지저하가 심한데 정밀검사가 필요한 4점 이상을 받은 노인은 정상군 17.2%, 보행장애군 21.4%였다.
이 교수는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등 신체적 노쇠는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았다”며 “우리 연구는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에 있는 TUG 테스트 결과가 노인들의 치매 발생위험을 손쉽게 예측하는데 꽤 유용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체기능이 떨어진 노인이 근력 강화, 균형잡기 운동 등을 정기적으로 실천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신체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의 인지기능을 추적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노년학’(The Journals of Gerontology)에 실렸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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