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생산성을 올리는 구조개혁을 미룬 채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이 위원은 19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제조업 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빨리 오르고 있으나 생산성은 정체돼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생산성 증대가 없는 상태에서 임금상승률이 더 빨라지면 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이 경우 내수 부문 임금의 상대적 실질구매력이 축소돼 내수도 함께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내수 부문 업종 종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 바람직하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결과를 얻으려면 결국 생산성 증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증가는 재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키워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낮은 생산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오는 2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묻는 서면 질문에 대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둔화’를 첫손에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2000년대 이후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신산업 육성이 지연되고 서비스업 발전이 미흡한 수준에 머무는 등 생산성이 둔화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생산성 향상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최근 국내 잠재성장률에 대한 생산성의 기여도를 추정한 결과 2001~2005년 1.9%포인트에서 2006~2010년 1.3%포인트, 2010~2015년 0.9%포인트로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국정 철학 아래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작년과 올해 각각 11조, 4조원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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