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 중 실제 성희롱을 당했다는 학생도 전체 응답자의 27.7%로, 초등학생(17.8%)과 중학생(17.5%)재학 중 당했다는 비율보다 10% 가량 높았다.
응답자들이 경험했거나 목격한 신체적 성희롱은 ‘머리, 손, 허벅지 등을 만지는 행위(15.5%)’와 ‘복장을 지적하면서 지도봉으로 신체부위를 누르거나 찌르는 행위(13%)’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성친구와 얼마나 진도를 나갔는지 묻는 행위’, ‘수업시간에 성행위나 성적인 비유를 언급하는 행위’ 등 언어적 성희롱도 10명에 1명 꼴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해를 실제로 당한 학생들 중 57.7%는 ‘가해 행위를 참고 넘겼다’고 답했으며, ‘소리를 지르거나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답한 경우는 6.6%에 그쳤다. 학생들은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았고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넘겼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성적 의도가 아닌 친밀감으로 이 같은 행위를 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의 의도와 상관 없이 성희롱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언어적·신체적·강제적 성희롱에 모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이기 활동가는 “실제로 고등학교 교사들은 ‘너희 치마 짧으면 나야 좋지’라거나 ‘가슴 큰 졸업생이 포옹해 주는 게 좋다’는 말들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이는 ‘학생에겐 그래도 된다’는 위계질서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사와 학생 간 인식 차이가 커 성희롱 피해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왜 예민하게 구느냐’는 반응이 되돌아온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의 언행이 재미와 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혼재돼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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