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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몸캠피싱, 국가적 관심 절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




현대 문명을 거대한 네트워크와 데이터로 연결해가는 정보화 사회로의 변신이 눈부시지만 그만큼 부작용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이버범죄다. 정보화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사이버범죄의 수법과 유형도 갈수록 진화해가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단순히 개인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인 정보 유출 등을 통해 사회·국가적 피해의 우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몸캠피싱이다. 보이스피싱이 전화를 이용한다면 몸캠피싱은 스마트폰의 영상기능을 악용한 범죄행위다. 각종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화상채팅을 하자고 접근해 음란한 행위를 유도한 뒤 그 영상을 녹화 저장하는 것이 벼랑으로 끌고 가는 출발점이다. 접속 순간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악성코드가 심겨지고 해킹으로 손에 넣은 전화번호부의 지인들에게 음란행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범죄자 앞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범죄건수는 경찰 통계로는 지난 2016년12월1일부터 지난해 12월1일까지 1년간 1,234건. 하지만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집계한 바로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올 1월1일까지 1년간 1만 여건이 훌쩍 넘어간다.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과는 다르게 몸캠피싱은 자신의 음란행위 자체가 범죄의 표적이 된 것에 대한 자괴감과 수치심 등으로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서구국가보다 한국이 몸캠피싱의 최대 피해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성인식에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유교문화권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몸캠피싱의 피해 형태를 들여다보면 더욱 걱정이다. 피해자의 90%는 남성. 그 중 40%가 성적 호기심에 강한 미성년자들이다. 협박범들은 이들이 부모나 학교에 알려질 수 있다는 극도의 두려움과 수치심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랄하게 이용한다. 금품 갈취가 안된다고 판단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등에 협박범들이 사용하는 ID등을 홍보하게 하는 등 다른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호객행위 역할(이른바 삐끼)을 맡긴다. 심지어 소액의 아르바이트비를 쥐어주면서 악성코드 설치를 유도하거나 금품요구까지 대신 맡기는 등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사례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끝을 알 수 없는 협박에 시달리다 못한 피해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 앞에 놓여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모든 피해자들이 몸캠피싱의 희생양이지만 군인 또는 군 관련 종사자들이 피해자 명단에 올라있는 것은 더욱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군인이 몸캠피싱의 피해자가 되면 군 정보와 기밀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정체도 알 수 없는 협박범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결과를 낳는다. 피해 당사자 휴대폰의 연락처에 저장된 지인들도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군 장성과 고위 공무원 정치인 등이 포함된 2차 피해자들은 자신의 전화번호 등 관련 정보가 몸캠피싱 조직 간 거래 대상이 되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몸캠피싱 피해자인 성인 남성의 10~15% 정도가 현역 군인이거나 군 관련 종사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사이버보안협회는 지난해 3월부터 올 4월까지 약 6,000 여 건의 군 정보가 미국 중국 호주 대만 등으로 빠져 나간 사실을 확인해 관련 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몸캠피싱의 실상이 이러한데도 그에 대한 대책이나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은 피해자들을 더욱 낙담하게 만든다. 해외에 거점을 두면서 치고빠지기 전략으로 숨어다니는 협박범들을 잡으려면 해외 서버 회사와 각국 경찰이 발 빠르게 협력해야 하는데 우리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영국의 IWF(Internet Watch Foundation)처럼 선진국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민간단체가 자국 경찰과의 협력은 물론 국제적 핫라인 구축을 통해 사이버범죄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으로는 범행부터 협박과 금품갈취까지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 대처보다는 사실관계 확인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현행 제도 개선부터 절실하다. 이와 함께 날로 진화하는 해킹프로그램으로 무장한 협박범들의 빠른 업데이트에 수사당국이 기술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도 곱씹어봐야 한다.

당장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먼저 사전 교육에라도 나서야 한다. 몸캠피싱은 사실 예방교육 만으로 90% 사전 차단이 가능하다. 학교 회사 관공서 군 등에서 사전 교육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정보유출에 대한 방법만 알게 되더라도 협박 대상자 명단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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