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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싱글라이프] "냥이 사슴고기를 위해…나는 오늘도 컵라면을 먹는다"

■반려동물에 '아낌없이 주는' 싱글족





# 집사 5년 차. 직장인 유모씨의 올해 엥겔지수는 싱글라이프 이후 최저치다. 반대로 두 마리 고양이의 엥겔지수는 최고다. 냥이의 사료 값이 점점 늘어난다. 냥이들이 예전보다 많이 먹는 것은 아니다. 더 좋은 사료를 고르다 보니 지출이 부쩍 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인 냥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터.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는 곡물 함량이 적은 사료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최근 곡물 함량이 0%인 ‘그레인 프리’ 제품을 고른다. 환경호르몬·방부제 등은 당연히 없어야 하고 사료 업체의 리콜 전력에 상품평까지 꼼꼼히 살핀다. 이렇게 고른 사료는 비싸기 마련이다. 두 끼 분량의 사슴고기 캔 하나가 5,000원. 집사의 저녁은 3,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에 컵라면으로 때울지언정 냥이들의 식사는 절대 허투루 할 수 없다.

MSG 무첨가 수제 간식·한방 영양제…

사료·간식값에 월평균 5만원 이상 지출

약값·병원비로 매달 30만원 쓰기도

“내 삶의 위안…좋은 건 다 해주고 싶어”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한 축은 1인 가구다. 노키즈(no-kids)족, 고령화 가구의 증가도 영향이 있지만 반려동물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싱글족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정서적 교감을 넘어 삶의 위안을 주는 대상이다. 직장인 정모씨는 “사람과의 교감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울적한 날에는 유난히 더 애교를 부린다”며 “굳이 사람을 만나 풀지 않아도 그런 것들을 다 잊게 된다”고 말한다.



싱글족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만큼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에 가장 많이 지불하는 비용은 사료와 간식 등 먹거리 분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월평균 지출 13만5,632원 중 40%가 넘는 5만4,793원이 식비다. 정씨는 열세 살 보리에게 좋다는 것은 다 먹여봤다. MSG를 넣지 않은 수제 간식을 비롯해 관절에 좋다는 홍삼 엑기스가 들어간 제품도 사봤다. 지난해 독립한 김모씨는 최근 강아지 제로가 피부 질환으로 털이 빠질 때 한의사가 만든 한방 영양제를 추천받은 후 꾸준히 사 먹이고 있다. 김씨는 “돈이 아까워 비타민 한 통 사는 데도 떨지만 제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며 웃어 보였다.

오랜 기간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동물병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로 보는 100대 생활업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에 비해 2017년 동물병원은 13.8% 늘었다. 13개의 병·의원 진료과목 중 신경정신과(17.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저출산으로 산부인과는 3.7% 줄었다. 싱글 라이프가 변화시킨 비교수치다.

때로는 가족 같고 혹은 친구 같은 존재지만 반려동물과 지내려면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유씨는 천식 증상이 나타났고 검사 결과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심지어 고양이뿐 아니라 개·토끼·기니피그 등 온갖 동물의 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확인돼 “금붕어나 키우라”는 의사의 권고를 들었다. 다행히 천식 증상은 심하지 않았고 반려묘들의 침실 입장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수컷 페르시안 친칠라와 9년째 살고 있는 정씨는 털갈이 시즌이면 검은색 옷 입기를 포기한다. 일명 찍찍이로 털을 제거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다. 대신 그는 “비염이 없어졌다”며 신기해한다. 청소 횟수가 잦아진 덕분인지 면역력이 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고양이와 동거한 지 3년이 지날 무렵 비염이 사라졌다. 하지만 신부전을 앓고 있는 고양이의 치료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포기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워낙 잘해주셔서 주변을 떠날 수 없다”며 “이 정도 케어하는 병원을 찾기 힘들어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간식 등에 매달 8만원 정도를 쓰지만 약값과 병원비까지 더하면 30만원으로 금액이 훌쩍 늘어난다고 했다.

반려동물과 지내는 솔로 라이프를 “결혼을 못해서…” “애가 없어서…”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싱글족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한 생명이 하나의 우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이렇게도 깨달을 수 있는 거라고.’ 정씨는 “내가 남을 잘 못 챙기는 편이라 ‘결혼을 해도 아기를 갖는 게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고양이를 기르며 내가 생각보다 모성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음주 말 ‘반려동물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개나 고양이 외에 다양한 동물도 만날 수 있고 반려동물도 입장 가능하다고 해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유주희·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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