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더딘 규제개혁을 꼬집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은 사실 여당을 향한 질책입니다. 이제라도 여당은 야당이 요구해온 법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규제개혁을 위한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당장 2년도 남지 않은 총선에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불리는 최운열(사진) 의원은 그동안 규제개혁에 뒷짐 지고 있다가 이제 와 야당을 탓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의원은 자본시장연구원의 전신인 한국증권연구원의 원장을 비롯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낸 여당 내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다. 현재 당내 경제민생 태스크포스(TF) 단장도 맡고 있다. 최 의원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평가를 묻자 답답함을 토로했던 문 대통령과 같은 심정이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은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기업이 자유롭게 창업·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규제혁신점검회의까지 취소해가면서 미진한 규제개혁을 질타한 것은 관련 입법에 앞장서기는커녕 소극적이거나 반대해온 여당을 질책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래야 해법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관료주의 앞장서 깰 필요
창업·투자할수 있는 환경 조성을
인터넷銀 은산분리·개인정보법 등
올해내 규제개혁 가시적 성과내야
경제분야 성공 못할땐 총선 필패
최 의원은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여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민간이 창업하고 싶고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해주는 게 올바른 규제개혁의 방향”이라며 “특히 규제의 유혹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관료주의를 여당이 앞장서 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관료의 힘은 규제에서 나오기 때문에 손에 쥔 규제를 놓기 어려운 만큼 정치권이 과감히 끌고 가야 한다”며 “대통령도 여당이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도록 더욱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해 규제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시민단체는 여러 순기능이 있지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경제 주체인 기업의 애로를 청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개혁이 입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야당과의 통 큰 합의도 주문했다. 그는 “협상은 상대방과 주고받기를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여당의 규제혁신 5법이나 자유한국당의 규제프리존법도 서로 유사한 점이 적지 않은 만큼 테이블에 함께 올려놓고 논의하다 보면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정정당의 이름으로 발의한 법안이 부담스럽다면 여야 합의로 새로운 규제혁신 법안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 의원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규제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와 개인정보보호법을 꼽았다. 그는 “인터넷은행은 업무영역이 시중은행과 다른데다 사금고화될 우려도 없는데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금융시장의 메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대로 민주당은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기로 정부와 의견을 모으고 9월 정기국회 전에라도 법안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 의원은 “올해 안에 규제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도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규제개혁에 부정적인 당내 강성파들을 끝까지 설득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돌아설 것”이라며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김현상·송주희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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