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모자라 이들 법안 추진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국회의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여당이 정부와 협의해 발의했거나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들이다. 특히 산업융합촉진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은 여야 심의를 거쳐 상임위 법안심사소위까지 통과한 상태다. 이를 알면서도 ‘절차 무시’ 운운하니 억지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9개 개혁과제는 더 기가 막힌다. 초헌법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사법농단해결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국정원법 개정, 국방예산 삭감 등을 총망라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라”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시민단체가 국정 방향까지 지시하는 꼴이다. 정부·국회를 윽박지르는 것은 노동계도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은 일주일 전 국회를 직접 찾아가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하기로 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소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로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라는 압박이다.
이 같은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행동은 현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이들을 감싸고 눈치를 보는 정부 여당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이제라도 시민단체는 촛불혁명을 내세운 도 넘은 활동을 자제하고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그 출발점은 규제개혁이 곧 민생이라는 인식으로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정부 여당도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의 무리한 간섭·압박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