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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재에 멍든 지방 주택시장] '불꺼진 집' 83%가 지방...해운대 아파트 1년새 1억 빠져

■깊어지는 침체의 골

공급폭탄 부산·울산·충북·경남 '마이너스 피' 속출

지역 기반산업 위축 군산 등은 급매물에도 거래 안돼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채' 선호...양극화 더 부추겨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쉽잖아 "집값하락 장기화할듯"







#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가경푸르지오’ 전용 103㎡는 이달 초 2억8,6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8월에는 3억2,6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1년여 만에 4,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2억6,000만원대 매물도 상당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올 12월 입주를 앞둔 울산광역시 ‘송정호반베르디움’에서는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가 붙은 매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분양가보다 1,000만원에서 최고 3,6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의 매물이 속속 나온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용 75㎡ 전세 가격이 1억4,000~1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내년까지 울산에 공급될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6,000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 사이에서는 물량 부담 때문에 ‘불 꺼진 아파트’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3대 악재에 신음하는 가운데 지난달 발표된 ‘9·13대책’에서도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벌써 1만2,699가구에 이르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전체 물량(1만5,201가구)의 83%가 지방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 침체 신호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04㎡는 지난달 6억원에 실거래됐다. 1년 전에는 6억9,3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사이에 1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그동안 해운대구는 부산 집값 상승을 견인해왔는데 올 들어 전체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2.53%를 기록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렸던 강원도도 예외는 아니다. 강원도 아파트 매매가는 2014년부터 15분기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 2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강원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4,153만원으로 올해 1월(1억4,579만원)보다 426만원(2.9%) 하락했다.



전라도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히 전라북도 아파트 값은 올 들어 10월 초까지 0.19% 하락했다. 실제로 군산시 ‘수송아이파크’ 전용 119㎡는 지난해 9월 4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3억원 정도의 급매물이 다수 나와 있는 상태다. 이들 지역 외에도 대구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시장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시장 부진의 이유로 경기침체, 공급과잉, 부동산 규제 강화 3가지를 꼽는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지방 전통 산업이 구조적으로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자 자연히 주택 수요도 줄어들게 됐다”며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다는 심리에 주택 구매 의사도 감소해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공급 폭탄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 아파트 입주 물량은 23만3,006가구로 전년 21만5,105가구보다 8.32% 증가한 규모다.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부산·울산의 입주물량도 지난해 3만2,221가구에서 올해는 3만5,514가구로 10.22% 늘었다. 충북의 입주물량은 지난해 1만2,366가구에서 올해 2만3,289가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남의 입주물량도 같은 기간 11.62% 늘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지방 집값 하락의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잇따라 수요 억제책을 내놓자 지방에 있는 주택을 팔고 미래 가치가 높은 서울의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심화돼 지방의 집값 하락을 더 부추겼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부 지방 광역시 청약시장에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부동산 규제 등의 ‘트리플 악재’가 겹쳐 좀처럼 실타래를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서울 집값이 덜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지방이 상승 반전하기는 어려워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처럼 집값 하락의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주요 지방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은 올 들어 집값이 1.18% 하락했고 대다수 구가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부산 6개구(부산진구·동래구·남구·해운대구·연제구·수영구)는 여전히 양도세 중과,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조정대상지역에 묶여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제를 요구하면 국토부가 40일 이내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규제 해제에 관한 정량 요건이 없어 국토부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동훈·이주원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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