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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함께 잘사는 나라 만들려면 경제부터 살려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며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포용국가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며 ‘현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문 대통령은 실천방안으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유경제를 언급했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포용성장은 시장경제의 부작용인 불평등·양극화를 소득재분배와 복지·사회안전망 확충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소득주도든 포용성장이든 현실을 직시하는 게 먼저다. 지금 한국 경제는 생산·소비·투자·고용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 현재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 추세다. 설비투자 역시 6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하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는 이유다. 고용사정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2·4분기 한국의 고용률은 66.6%로 전년동기와 같은 정체상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만 50조원 넘게 쏟아부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도 27위로 평균(68.3%)보다 낮다. 일자리 정부가 무색할 정도다.



경제체질 전환도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니 답답하다. 경제가 포용성장을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 속도전 벌이듯이 몰아세우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진정 함께 잘사는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위기에 처한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이상에 치우친 경제실험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포용국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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