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은 심하게 분열되어 있다. 경제상의 빈부격차에 의한 양극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세대 간 대립, 굴곡진 역사에 의한 지역대립이 그렇다. 요즘 시작된 미투 운동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나타나는 비틀린 젠더의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특히, 이념상의 좌우 대립은 남한 내의 정치적 성향 차이를 넘어, 국가 정치체제의 차이로 인한 영토의 분단과 민족의 분열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유일 분단 지역으로서의 우리나라에서 ‘통일’이라는 화두 그 자체로도 오히려 분열과 적대의 편가름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신분·세대·지역·젠더·이념·국가체제 등 대립 자체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립의 정도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서로 지탱하지 못하고 그 체계가 병들어 파괴되고 만다.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을 수 있는 서로 간 공존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는 흔히 ‘다양성’의 시대라고 한다.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전체로서의 하나’로 이야기되는 통일성보다는 소수로의 개인이 소외됨 없이 서로의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며 더 많은 이들이 더불어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음을 꿈꾸는 일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서로가 공감하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 남아 상호 배타적이게 되면 사회는 파편화되고 공동체로서의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된다. ‘다양성에 대한 서로의 인정’이라는 의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 속에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하다. 즉, 현존하는 차이와 또 생성될 차이들을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성’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장을 만들어가는 일환에서 장소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우리 건축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개체와 일들은 장소로서의 공간과 유리될 수 없다. 그러한 변화의 한 고리를 구축해낼 건축적 상상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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