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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아침마다 회사에 경례…일터 존중이 '사장만 33년' 비결이죠"

행복경영 전도사 권대욱 휴넷 회장





35세. 보통의 회사원들이 대리 혹은 빨라야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았을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30년 이상 건설사와 벤처회사·호텔 등에서 경영방향을 진두지휘하며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67세. 보통 사람들은 은퇴하고 노년의 여가를 즐길 나이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업종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에 나섰다. 이달 초 평생교육 대표기업 휴넷으로 자리를 옮긴 권대욱(사진) 휴넷 회장의 이야기다. 권 회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직장생활로는 45년차이고 사장으로 근무한 것만 33년차인데 여전히 ‘나 자신은 물론 직원들이 행복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휴넷이라는 새로운 도전 속에서 모든 기업들이 ‘행복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 회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공무원에서부터 건설사·호텔·창업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농림수산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3년 뒤인 1976년 한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고 불과 10년 뒤인 1986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한보종합건설 사장이 됐다. 이후에도 한보철강공업 건설사업본부와 한보에너지·유원건설·극동건설·효명건설 등을 경영하는 등 2004년까지 줄곧 건설업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5년 그는 호텔서교와 하얏트리젠시 제주의 사장직을 맡으며 호텔 업계에 발을 내디뎠고 2008년부터 올해까지 글로벌 호텔 체인인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를 경영하며 약 25개 호텔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일의 가치·직원에 대한 경의 다지며

공무원부터 건설사·호텔·IT 창업 등

45년간 여러 직장서 성공·실패 맛봐



이처럼 다양한 직장에서 45년이라는 긴 시간을 성공적으로 근무한 비결은 무엇일까. 권 회장은 세 가지 기본자세를 이야기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세 가지 기본자세는 ‘좋아하는 일’이며 ‘사회적·경제적 수단’이 되고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교집합에 포함되는 것이 우리가 찾아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첫 번째 자세인 ‘좋아하는 일’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경제적·사회적 수단이 되면서 보람 있는 일은 많지만 내가 그 일을 좋아하는지는 별개인 만큼 일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좋아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면서 “나의 경우 내 일을 좋아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출근할 때마다 회사 건물 앞에서 경례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경례가 오너 등이 아니라 직원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와 그 가치를 지키려고 애쓰는 직원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싫어하지만 사실 일터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문제를 만드는 것은 시스템과 일부 사람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권 회장은 “몇몇 사람들은 뭘 그렇게 요란하게 하느냐고 타박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일터를 존중하지 않고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다니면 스스로 자존심은 물론 자유까지 사라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기본자세를 지킨 덕분인지 권 회장은 기존에 근무하던 건설사 등과 다른 교육기업에서 활동하게 됐음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건설업에서부터 제조업·호텔에서 근무했으며 창업도 해봤다”며 “이제 교육기업인 휴넷에 왔지만 일의 기본은 똑같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권 회장에게도 아픈 시절은 있었다. 그가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극동건설이 계열사 부도로 인해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사장직에서 밀려났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권 회장은 “당시 47세로 한창 무서울 게 없는 나이였지만 갑자기 강제 은퇴를 당하면서 막막하기만 했다”며 “명함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명함이 없는 ‘자연인 권대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자연인으로서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는 2000년 창업에 나섰다. 그간 쌓은 신뢰 덕분인지 전화 한 통에 투자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났고 퇴직금을 합쳐 자본금 12억원의 건설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업체인 콘스트라넷을 설립했다. 디지털을 통해 깨끗한 건설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무색하게 2008년 회사의 자본금은 2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권 회장은 “계속되는 실패에 내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결국 호텔에 가서 일등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며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이후에는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두루 가진 권 회장은 더욱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휴넷을 선택했다고 한다. 권 회장은 “대한민국 최대의 호텔 체인을 만들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매너리즘에 빠지려던 찰나에 행복한 경영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조영탁 휴넷 대표와 연을 맺게 됐다”며 “이 나이에 가지는 직업은 더 보람 있는 일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교육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한다’는 휴넷의 기업이념이 좋아 휴넷에 먼저 제의했고 조 대표가 승낙해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기반으로 휴넷의 행복경영 철학을 대한민국 기업들에 전파하겠다는 각오다. 직원들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기업은 자연스레 퍼포먼스도 좋아지는데 경영진의 결심이 없어 성사되지 않는 만큼, 기업인이 행복경영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다짐이다. 권 회장은 “임원이나 사장이 아무리 행복경영을 강조하더라도 회사의 주인이 그를 서포트해주지 않으면 도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직원이 행복하면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나라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회사의 주인, 단 한 사람의 결심을 바꾸는 일을 앞장서서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람있는 삶 위해 교육기업 휴넷 선택



회사마다 행복경영 적용하도록 온힘

합창단 통해 한국문화 전파에도 앞장



33년간의 사장직 외에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청춘합창단’이다. 2011년 KBS의 인기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모집해 만들어진 청춘합창단에 지원한 것이 합창단 활동의 시작이었다. 당시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 사장이었음에도 청춘합창단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연차를 내고 말끔한 검은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박인수·이동원의 ‘향수’를 멋지게 부른 권 회장의 모습은 화제가 됐었다. 당시 권 회장은 오디션에서 “그동안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생을 살았지만 제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었다”며 “나만을 위한 삶이라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노력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포부를 밝혔고 마침내 합격해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권 회장은 “어려운 형편이던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에 수석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보다 더 기뻤다”며 “80세가 넘은 단원도 있는 만큼 앞으로 15년은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체력과 능력이 될 때까지 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합창단 활동을 계속하던 권 회장은 2014년부터는 단장직을 맡고 있다. 지금도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 3시간씩 합창단 연습을 한다는 권 회장은 “2011년 9월에 방송이 끝났지만 아쉬운 마음에 강남 앰배서더호텔에서 창단식을 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유엔에서 공연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국제합창페스티벌에 참여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위문공연도 하는 등 국경을 막론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나이 65세의 청춘합창단은 2015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그리운 금강산’과 ‘인생은 70부터’ 등 12곡의 노래를 선보인 바 있다.

권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합창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합창에 노래를 얹으면 아름다운 노래가, 아름다운 합창단에 꿈을 얹으면 사랑과 평화·통일이 된다고 믿는 만큼 합창단에서 그런 꿈을 얹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엔에 간다는 하나의 꿈이 이뤄진 만큼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말하는 새로운 꿈은 해외에 나간다는 ‘고 글로벌(go global)’이다. 그는 “외국에서는 한국이 배나 자동차를 팔아서 부자가 된 졸부의 나라로, 문화가 없다고 생각해 깔보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문화강국인 만큼 청춘합창단이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합창단으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이 문화가 있는 민족임을 알리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51년 안동 △1969년 중앙고 △1973년 서울대 농과대학 농업토목과 △1991년 연세대 경영학 석사△1993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AMP (Advanced Management Program) 수료 △2000년 동국대 경영학 박사 △1973~1976년 농림수산부 △1976~1997년 한보그룹 △1986년 한보종합건설 사장 △1991년 한보철강공업 건설사업본부 사장 △1991년 한보에너지 사장 △1995년 유원건설 사장 △1997~1998년 극동건설 사장 △2003~2004년 효명건설 회장 △2005~2006년 호텔서교, 하얏트리젠시 제주 사장 △2008~2018년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 △2014년~ 청춘합창단 단장 △2018년~ 휴넷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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