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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기업가정신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중견 치킨 브랜드 M사의 회장 J씨는 올해 들어 한 달에 절반가량을 외국에서 보냈다. 국내 영업 등 회사 경영은 임원들에게 맡기고 미국·동남아시아 등을 홀로 다니고 있다. 지난 한 달만 해도 미국 뉴욕·뉴저지 등을 거쳐 태국까지 방문했다. 그가 해외시장을 다니는 것은 인수할 만한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찾기 위해서다. 신규 투자를 위해 그동안 비축했던 자금으로 국내투자 대신 해외 브랜드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브랜드의 맛과 가성비가 좋아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시장을 더 키우기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해외로 나아가려는, 그것도 외국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더 이상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한국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가맹사업을 접거나 접으려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M치킨’뿐만은 아니다. 한때 가맹점을 크게 늘려 대표적인 설렁탕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던 ‘S설렁탕’도 가맹계약기간이 끝나는 가맹점들을 직영점으로 바꾸거나 문을 닫고 있다.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한국 내 가맹사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기는 마찬가지. 그동안 성공적인 한국 진출으로 큰 수익을 올렸던 해외 버거 브랜드 M사도 공정위원회의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 취소했다. 더 이상 한국에서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970년 후반 도입된 후 IMF를 거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의 열기가 최근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이는 정부의 행정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18년 상반기 동안 공정위원회에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600개인 반면에 등록을 취소한 브랜드는 625개로 확인됐다. 2008년 정보공개서 등록이 시작된 후 가맹사업을 포기하거나 접은 업체 수가 새로 시작하려는 업체 수를 초과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유례없는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 프랜차이즈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십시오. 가맹본사를 가맹점주의 땀과 노력을 착취하는 ‘갑질의 원조, 악(惡)의 축’으로 매도하는 이런 환경에서 누가 사업을 하고 싶겠습니까?” 답답한 마음에 J씨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정부와 정치권의 지나친 규제와 일방적 매도로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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