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구은행장 후보에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직무대행과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이 도전에 나선 가운데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겸직 가능성이 나오면서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전임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면서 인사·예산 등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다 DGB금융의 내홍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회장·행장 겸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은행장 도전에 나서며 겸직 의지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년 가까이 대구은행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다 오는 8일 하루 만에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속전속결로 후임 행장을 선출하려는 것은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이사회는 지난 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행과 노 전 부사장을 새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김 회장은 행장 자격요건을 임원 경력 5년으로 제한했다가 대구은행 이사회의 반발로 한발 물러나 임원 경력 3년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두 명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행은 1959년생으로 오산고와 영남대, 노 전 부사장은 1960년생으로 청구고와 영남대 출신이어서 대구은행 내 대구상고 출신은 전면 배제됐다는 평가다. 이들 후보는 DGB금융지주의 자추위에서 추천하는 후보군과 경쟁해야 하는 관문을 남겨놓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겸직에 도전할 경우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김 회장이 겸직 도전에 나설 경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겸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지주 자추위는 8일 1명의 쇼트리스트(적격후보)를 확정해 은행 임추위에 통보할 예정이다.
은행 이사회는 15일 임추위를 다시 열어 해당 후보자를 검증하고 은행장으로 추천할지를 의결한 뒤 이달 29일 임시주총에서 새 은행장 선임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별도 프레젠테이션(PT)과 면접도 없고 ‘롱리스트→쇼트리스트→최종 후보자’ 순의 통상적인 후보 압축 과정도 생략돼 깜깜이 인선이라는 지적과 함께 DGB금융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DGB금융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논란으로 보류된 강면욱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DGB자산운용 대표 선임 문제와 관련해 새 대표를 물색할 계획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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