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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잊혀져야 할 황영기 전 회장의 빈자리

김광수 증권부 차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정부나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검투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0개사가 훌쩍 넘는 금융투자 업계의 수장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 등을 대표해 규제 완화를 위해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특히 협회장 재임 시절 지급결제와 외화환전 업무 등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두고 은행권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철폐하라는 그의 목소리에 협회 회원사는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임식에서도 그는 “규제의 벽을 쳐놓으면 자율과 창의가 뛰놀 공간이 줄고 그곳에서 자란 금융산업의 체력은 허약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10년, 20년이 지나도 글로벌 베스트(1등) 기업이 나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떠나는 순간까지 규제 완화를 외친 것이다.

올해로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0년째가 됐다. 함께 출범한 금투협도 열 돌을 맞는다. 지난 10년간 자본시장을 대표해온 금투협의 존재감이 최근 눈에 띄게 사라졌다. 가뜩이나 올해 국내 증시는 긍정적인 소식보다 비관적이고 우울한 전망이 넘쳐난다. 증권 업계의 수장들조차 신년사에서 주식시장에서 영업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투자은행(IB) 업무나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럴 때일수록 규제를 걷어내 금융투자 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자본시장은 낡은 규제와 겹겹이 쌓인 인가 장벽 등에 막혀 한 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금융당국의 제재라는 칼날이 무서워 규제 철폐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당장 단기금융업 1호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이 강력한 징계를 받기 직전이고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도 줄줄이 제재를 받을지 몰라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징계에는 금투협이 목소리를 낼 만도 한데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모험자본 육성이라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논리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로 발표한 ‘자본시장혁신과제’가 “자본시장 선진화는 물론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면서 금융투자회사의 발전을 모색하는 뜻깊은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자본시장 업계 대표들과 함께 독일·미국 등을 방문하며 혁신성장 모델을 발굴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협회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국내 자본시장 성장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제 곧 금투협 수장이 바뀐 지 1년이 된다. 지난 1년간 업계 현안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권 회장이 목소리를 내야 할 타이밍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안이 있을 때마다 확실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에 문제점을 지적했던 황 전 협회장의 빈자리가 여전히 생각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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