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사가 며칠간 밤샘 협상을 이어갔으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정대로 8일 총파업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고객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사진)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 강석곤 경영지원그룹 대표(상무)와 류제강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막판 협상을 이어갔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9시부터 총파업 전야제에 돌입하고 8일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19년 만에 첫 파업이다.
허 행장이 노조가 강력히 주장해온 ‘성과급 300% 지급’ 안에 대한 수용의사를 밝힌 데 이어 “스스로 일터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막판 호소를 했지만 노조는 끝내 타협 대신 총파업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L0(하위직급) 직원들의 처우 개선 등에서 여전히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허 행장은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은 있을 수 없다며 오후3시께 직원 담화방송을 통해 “페이밴드 논의 시작과 임금피크 진입 시기 일치, 그리고 최종적으로 성과급(보로금)에 시간외수당을 더한 300%를 (노조에) 제안했다”며 파격 양보안을 제시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금까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보로금과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쳐 250%를 제시했고 노조 측은 300% 수준을 주장해왔다. 허 행장은 “날로 거세지는 고객들의 질타와 싸늘해져 가는 여론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며 노조 파업에 대한 고객 이탈 우려를 지적하며 “파업으로 우리의 고객이 경쟁은행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번 파업이 진정 우리 모두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자신할 수 있냐”며 막판까지 노조 파업 철회를 애타게 호소했다.
KB국민은행 노사가 성과급 등을 놓고 지루한 협상과 결렬을 이어가는 사이 은행의 일선 창구는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대출신청 뒤 파업 예고일인 8일 대출금을 받기로 한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창구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총파업이 진행되는 8일에도 나머지 직원을 동원해 모든 영업점을 정상 가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파업 참가인원이 예상보다 커 일부 영업점의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되면 지역별로 거점 점포를 운영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수립했으며 종합상황실을 운영 중”이라며 “일손이 부족한 지점을 중심으로 본점 직원을 파견해 고객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스타뱅킹·인터넷뱅킹·리브 등의 비대면 채널을 고객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10%의 고객불편도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이 파업에 휘말릴 경우 고객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이용 고객 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3,110만명이며 점포 수는 1,057곳에 달한다. 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에 직원 1만명을 참가시킨다는 목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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