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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성폭행 피해 주장 파문…성적지상주의 엘리트체육의 비극

극심한 파벌 속 절대 권력 갖는 지도자…주종 관계 된 사제

성폭력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분…해외에서 버젓이 지도자 생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를 비롯한 선수들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지난 6월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간판 심석희(한국체대, 22)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빙상계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사제 관계’와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계올림픽 메달밭으로 꼽히는 빙상계는 파벌의 정점에 위치한 코치들이 절대 권력을 가진 데다 성적을 잘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 하에 체벌이 암묵적으로 허용돼 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곪은 비정상적인 환경은 오래전부터 밖으로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주축 선수 6명은 코치진의 심각한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다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고, 2005년엔 코치진 선임에 반발한 남자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입촌을 집단으로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빙상계의 구조적 문제는 제기된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코치진의 폭력행위와 선수들의 절규는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 올랐지만, 변화는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코치진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빙상계로 복귀했다. 폭행을 휘둘러 물의를 일으킨 후에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제자 성추행 등 심각한 행위를 한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3년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한 자치단체 실업팀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 받았다.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이 막힌 몇몇 지도자들은 해외에서 코치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폭력을 저질러 일이 커져도 해외로 나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빙상계에 깊숙하게 내재돼 있다.



조재범 전 코치도 같은 길을 걸었다. 조 전 코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심석희를 상습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자 곧바로 중국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 심석희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은 조 전 코치가 이전 가해자들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다시 빙상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주종 관계’로 변질한 사제 관계도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빙상계는 익히 알려진 대로 극심한 파벌이 형성돼 있다. 해당 파벌에서 제외되면 선수 생활은 물론, 향후 지도자 생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심석희처럼 어릴 때부터 특정 코치에게 지도받은 선수들은 지도자의 심각한 체벌과 불법 행위를 당하더라도 쉽게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심석희 측 법무법인 세종은 “조재범 전 코치는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심석희가 만 17세의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때까지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다”라고 전했다. 세종은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다”라며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쉽게 노출되어있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억압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심석희가 미성년자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체육계는 패닉에 빠진 분위기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면적인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재범 전 코치 측은 폭력행위에 관해선 인정했지만,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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