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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리포트 ⑥산업] 말뫼의 기적처럼...스타트업 육성해 '러스트 벨트' 끊어내야

<중>규제에 갇힌 제조업...신산업 전환 시급

선전은 창업 장려책으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우뚝

"ICT와 접목 생산성 확대...정부 규제혁신 뒷받침 필요"





# 경남지역 최대 번화가였던 창원 상남동 일대는 무너지는 조선사들의 불황 여파에 이어 정부의 탈원전 영향으로 두산중공업마저 휘청하며 요즘은 중소도시 외곽보다도 못하다. 주변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간 30% 가까이 폭락했다. 하지만 변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회복되는 조선업에 대한 낙수효과만 기대할 뿐이다. ‘말뫼의 눈물’로 유명했던 스웨덴 말뫼. 조선 산업 붕괴로 2만8,000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며 제조업 붕괴의 상징으로 불렸다. 코쿰스조선소를 허물고 말뫼대를 설립하며 이뤄진 스타트업 유치와 바이오 산업 활성화는 6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말뫼를 웃게 했다.

국내 대표 계획도시인 창원과 말뫼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제조업 붕괴 이후 미래산업에 대한 대응력이다.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 일대가 조선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반면 말뫼는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의 산업 전환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원의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노동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 구조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존 제조업 모델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도시의 몰락은 더 빨라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혁신적 변화 없이는 경남지역이 ‘한국판 러스트벨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국의 러스트벨트를 만든 산업이 조선과 자동차에서 철강·석유화학·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할 징후가 보인다”며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생산비를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을 육성해 노동인구를 흡수하는 한편 기존 제조업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선전과 이스라엘에서 배워라=세계의 공장에 매몰됐던 중국에 또 다른 성장 모델을 제시한 곳이 바로 선전이다. 선전은 한때 모조품 제작에 특화된 도시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동양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제작업체 DJI,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비야디(BYD), 5G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화웨이, 세계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 등이 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전의 발전은 특화된 창업장려책 및 규제 완화 외에 홍콩과 맞닿아 있는 지리적 이점 등을 활용한 육성책 덕분이다. 선전은 지난 2013년 중국 도시 중 최초로 최저자본금제도를 없애고 사후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등록제를 바꿨다. 또 대학생 창업 시 최대 10만위안, 단체창업 시 최대 50만위안의 대출금을 각각 지원하고 있으며 선전시 과학기술창조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년 3,000여개의 과학기술 기업에 예산을 지원하며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선전시의 의욕적인 투자유치로 중국 내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 기업 3분의1이 선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규모의 과학기술전시회 하이테크박람회(CHTG)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가 연간 100회 이상 개최되는 등 돈과 사람이 넘친다.

아랍 국가와의 끝없는 긴장관계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성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스라엘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인텔이 2017년 17조원을 들여 인수한 자율주행차 신호 제작업체 모빌아이 등이 이스라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주요 도시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가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로 변신한 곳이 300개가 넘는다.



이스라엘은 2017년 말 나스닥 상장기업 수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표 스타트업 단지인 텔아비브는 시장조사기업 스타트업지놈이 선정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성장 비결은 요즈마그룹으로 대표되는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투자와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학 클러스터 등이 꼽힌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산업통상노동부 내 수석과학실을 통해 산학협력 및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조세 면제 등으로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다.

◇제조업도 ICT 접목 통해 부가가치 높여야=기존 제조업 또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는 등의 혁신으로 생산성 및 부가가치를 키우면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오토바이 제조시간을 21일에서 6시간으로 줄인 것이 대표사례다. 국내 조선 3사가 지난 한 해 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45척을 수주한 것 또한 기술력으로 어려움을 돌파한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제조업과 ICT 기술력의 결합은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경쟁력위원회가 세계 주요 제조업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 글로벌 산업경쟁력지수’ 종합순위에 따르면 중국이 가격경쟁력(96.3점) 부문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2015년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39.3점)은 가격경쟁력은 낮지만 인적자원(89.5점), 혁신정책 및 인프라(98.7점) 등에서 중국을 압도해 오는 2020년에는 종합순위에서 중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15년 순위에서 전체 조사국 중 5위를 차지했지만 내년에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는 점에서 기술력 및 혁신성 확보가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방안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변신에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규제가 일본 수준일 경우 실업률은 0.45%포인트,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선진 10개국 수준으로까지 완화되면 0.6%포인트가량 떨어져 고용촉진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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