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신흥무관학교’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등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선보인 쇼노트의 작품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뮤지컬도 블록버스터급에 스타 캐스팅으로 ‘힘을 줘야’ 관객이 몰리기 마련인데 쇼노트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성공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의 다양화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김영욱 쇼노트 대표를 서울 한남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연인 데다 블랙 코미디라는 다소 낯선 장르인 ‘젠틀맨스 가이드’가 입소문을 타고 예상 밖 흥행을 했다. 리스크가 있어 보임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쇼노트만이 낼 수 있는 맛을 가진 작품이라는 것과 이미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등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검증된 작품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국내에는 중·대극장 코미디 뮤지컬이 별로 없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그런 면에서 모험으로 볼 수 있지만, 잘 되는 작품에는 분명 잘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들여오게 됐다. 그리고 쇼노트의 작품은 국내에는 별로 없는 색깔을 갖고 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처음에는 낯설지만 한번 먹어보면 굉장히 맛이 있는 음식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지는 않지만 굉장히 달라 새롭고 맛있는 음식 같은 게 쇼노트 콘텐츠의 특징이다.
-코미디는 번역이 흥행의 관건이다. 원작을 그대로 살리면 현지화에 실패하고, 현지화가 심하면 원작을 훼손한다.
△‘젠틀맨스 가이드’의 흥행에 자신이 있었지만, 원작이 주는 재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번역이 관건이었다. 다행히 김수빈 작가의 탁월한 감각으로 번역이 잘됐다. 오리지널 작품의 정서도 살리면서도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코미디 언어를 많이 살렸다. 말의 재미를 살린 라임도 훌륭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2017년 초연 당시에는 흥행에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지만 2018년에는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재연 성공 비결은?
△이 작품은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신들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넓은 공간보다는 객석이 작고, 안아주는 느낌의 공연장이 맞다고 생각해서 초연 극장인 충무아트센터에서 샤롯데씨어터로 바꿨다. 정서적으로 불륜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터치하려고 한 부분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무대 역시 최첨단 기술을 사용했지만, 느낌만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오래 전 사랑을 기억하는 남녀이기 때문에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느끼도록 말이다.
-쇼노트의 올해 라인업이 궁금하다.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들 올릴 것이다. 올해 다시 어린이 뮤지컬에 도전한다. 작품은 ‘점박이’다. 보통 어린이 뮤지컬 제작비의 2배에 해당하는 22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원작 영화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는 100만 명이 넘게 봤다. 이 작품을 잘 만들어서 전국 투어도 하고 싶고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다. 앞으로 어린이 뮤지컬은 쇼노트 사업의 한 카테고리가 될 것이며, 계속해서 키즈 사업을 할 것이다.
-눈독 들이고 있는 작품은?
△해외 작품인 ‘에브리바디 토킹 어바웃 제이미’와 ‘디어 에반 한센’을 소개하고 싶다. 이 두 작품에 어울리는 20대 배우와 아이돌을 보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아이돌을 캐스팅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할 생각이고 연기력이 갖춘 20대 배우 중 노래 트레이닝을 해서 무대에 올리고 싶은 배우가 마음속에 있다. 아직은 비밀이다.(웃음)
-‘뮤지컬 2세대’ 대표 프로듀서로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성숙단계를 넘어 정체기에 진입했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성숙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혼란스러운 시기다. 투명한 시장으로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자본도 들어오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워 정체가 생기는 것 같다.
-오는 6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어떻게 보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 우선 공연을 단순히 매표로 판단하게 되는 현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학로 공연 중 100석, 200석 규모의 공연도 좋은 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시장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투명해야 하는 것은 맞다. 통합전산망을 통해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하고 제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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