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 문제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개별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옮겨진다. 비교적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 내에서 자체 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도 조건부로 유예해주기로 했다.
교육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학교폭력 대응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학교폭력 엄정 대처, 교육적 해결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더욱 전문적이고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하면서 학교의 기본적인 교육활동을 위협하는 현행 학교폭력 대응절차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학폭위 지원청 이관…“학폭 엄정 대응”=교육부는 우선 가해·피해학생 간 소송을 부추기고 사건 은폐·축소 등 비전문적인 대응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된 학교 내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옮겨 엄정 대처·전문성 강화를 추진키로 했다. 학폭위는 2020년 1학기 이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개별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담당 변호사 등 전문인력과 전담조직 확충을 지원한다. 또 학폭위에 변호사를 비롯한 외부전문가가 위원으로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부모위원 비중을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현재는 과반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은폐·축소 시도가 발견되면 해당 교직원에 대해 징계를 가중하도록 했다. 학교폭력을 두 번 이상 일으킨 학생에게는 가중 조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가벼운 사안은 ‘자체해결’=다만 비교적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개선책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적 관여를 통해 학생 간 바람직한 관계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자체해결 제도를 도입한다. 학교자체해결제가 사안 은폐·축소에 악용되지 않도록 피해학생·보호자의 동의, 피해 경중 확인, 별도 위원회 판단, 추가 피해 발견 시 자치위 개최, 자체해결 사안 자치위·교육청 보고 등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학생 간 관계회복을 촉진할 수 있도록 교육청·민간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관계회복 전문가 양성·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비교적 가벼운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반성의 기회를 주고 학생 간 관계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조건부로 생활기록부 기재를 유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9개 가해학생 조치(서면사과·접촉, 협박, 보복금지·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 중 교내선도형 조치 1~3호인 서면사과, 접촉금지, 교내봉사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상이다. 생활기록부 기재 유보는 가해학생이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에 허용한다. 2회 이상 조치를 받으면 이행여부와 관계없이 이전 조치를 포함해 기재하고, 조치도 가중토록 했다.
◇가해학생 퇴학 전 학급교체…피해학생 보호도 강화=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에도 나선다. 재심으로 인한 가해학생의 전·퇴학 조치가 지연될 경우 피해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퇴학과 더불어 학급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전국단위 피해학생 보호 전담기관(기숙형)은 2곳 이상 추가로 설립하는 등 지속 확대하고 통학 형태의 ‘일시보호기관’을 설립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결석은 자치위 및 학교장의 보호조치 이전에도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 훈령을 개정했다. 성폭력 피해학생의 경우 교육감 책임 하에 전학이 이뤄지도록 ‘교육청 전입학 지침’을 2월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참여단의 권고안을 토대로 만든 이번 개선안이 현장에 잘 정착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폭 관련 정책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책을 마련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