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가 부채, 1980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AP연합뉴스

미국 농가들의 부채가 1980년대 농업 위기 수준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은 최근 미 하원 농업위원회에 출석해 미 농가들의 부채 규모가 지난해 4,09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농지 가격 급락과 금리 상승으로 농가가 한계상황에 내몰렸던 1980년대 농업 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3,150억 달러였던 2013년부터 5년간 30% 이상 급증했고, 2017년( 3,850억달러) 전년 보다는 240억 달러가 늘었다.

이처럼 농가들의 부채 증가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바람에 영농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미국 중서부 일대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농가들이 10년래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다만 농가들이 보유한 현금화가 가능한 토지가격이 큰 변화가 없어 농가의 부채가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미국 농가들의 부채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무역전쟁으로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농산물 바이어들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기피하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과 멕시코 등이 유지작물(오일시드)과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탓에 대두와 돼지고기의 국내 비축이 기록적 수준에 달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이 일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산 치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는 우유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낙농가들에게 또다른 타격을 주고 있다.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로 인해 농산물의 글로벌 유통이 왜곡되면서 농가들에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적인 생산 과잉으로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데다 농업 대국으로 부상한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경쟁 가세로 상황이 악화한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은 무역전쟁과 가격 하락이 농가의 부채 급증에 기여하면서 농지 임대형 대형 농장들과 가족 단위 소규모 농가들의 연쇄 파산 사태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요 농장지대 경제가 무너진다면 1980년 보다 더 큰 농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브래스카 소재 미농업대출은행의 팀 코치 부행장은 지난해 파산보호신청 고객이 2017년에 비해 두배로 늘었다면서 아직은 전체적으로 작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압박을 받는’ 고객 전담 부서를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농업대출업체 가운데 하나인 라보뱅크 노스 아메리카의 농가 대출 책임자인 커트 허드넛은 아직 은행의 손실이 미미한 수준이나 농가 대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올해 농가들의 파산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