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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세상...식용유·믹스커피 '뒷방 신세'

기름에 튀길 필요없는 에어프라이어

환기 걱정없어 판매량 700% 급증

식용유 매출은 매년 감소 추세

고추장·된장 등 장류식품 구매도

집밥 대신 간편식 소비 늘면서 '뚝'

'식후 디저트' 대명사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폭풍 성장에 하락세





40대 주부 김현정씨는 요즘 생선구이를 하거나 튀김 요리를 할 때 식용유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올해 초 친구에게 ‘에어프라이어’를 선물 받은 덕분이다. 초미세먼지로 바깥 공기뿐 아니라 집안 공기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자욱한 연기를 내뿜는 요리를 할 때는 반드시 에어프라이어를 애용한다. 그러다 보니 식용유 사용량도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가전기술의 발달, 달라진 식습관, 환경적인 영향 등으로 소비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과거 주방의 터줏대감이던 이른바 ‘아날로그’ 식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름 없이도 뜨거운 공기로 바삭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늘면서 식용유는 주방 구석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한국인 밥상의 기초재료와 같은 장류 식품도 1인 가구 증가 속에 수백 가지가 넘는 완제품 소스와 집밥 부럽지 않은 간편식(HMR)의 등장으로 집안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식사 후 당연히 마셔야 하는 불문율과도 같았던 달달한 ‘믹스커피’도 아메리카노만 찾는 2030 세대에 외면받으며 울상이다.

2일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에어프라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3월 25일까지 전년 대비 377% 늘어났다. 롯데하이마트(071840)에서는 같은 기간 에어프라이어 매출이 무려 770%나 급증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첫 서울 점포인 월계점 개점을 기념해 내놓은 8만 9,000원짜리 에어프라이어는 이틀 만에 준비수량 1,000개가 모두 동이 났다. 홈쇼핑에서도 에어프라이어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CJ오쇼핑(035760)의 ‘시메오 에어프라이어’는 올해 1~3월 5만대 넘게 팔려나가며 약 60억원의 주문실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 2월 말 방송에서는 1시간 동안 무려 1만대 가까운 주문이 밀려들었다. 롯데홈쇼핑에서도 ‘시메오 에어프라이어’가 지금까지의 8회 방송 모두 매진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다. 그야말로 경기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박상품’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반면 식용유 매출은 매년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의 식용유 매출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데 이어 올해(1월~3월 25일) 들어서도 9.3% 줄면서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식용유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에어프라이어 매출이 최고 700% 넘게 수직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름을 쓰지 않아 환기 걱정없는 에어프라이어가 주방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식용유 소비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장류 식품도 서럽긴 마찬가지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집밥 대신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장류 구매가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백 가지 맛을 내는 완제품 소스들이 넘쳐나면서 굳이 찌개나 국 요리를 하기 위해 고추장, 된장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된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고추장 매출은 지난해(-3.3%)에서 이어 올 들어서도 3.2%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롯데마트의 간장, 된장 매출 역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진한 커피 원두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원두커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식후 디저트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믹스커피’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마트의 커피믹스 매출은 지난해(-3.8%)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1~3월 기준 5.3% 감소하며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 1~3월 크림·우유 믹스커피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나 줄어든 반면 디카페인커피(89.8%)나 아이스커피(14.3%)는 오히려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20~30대를 중심으로 비싸더라도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겠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는 일명 ‘얼죽아’ 고객 덕분에 스타벅스에서는 지난 1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하기도 했다. 또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티몬의 1~3월 커피원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했다. 이에 맞춰 편의점들도 수천 만원에 달하는 커피머신이나 바리스타를 매장에 투입하는 등 ‘커피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김현상·허세민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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