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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와 드루와~”…경쟁제품 반기는 먹거리 시장

"신라면 건면 웰컴" 광고한 풀무원

발포주 선두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후발주자 오비 '필굿'에 우호적 반응

"어려울수록 경쟁 독려 판 키우기"

업체마다 공생전략으로 불황 타개

풀무원이 경쟁사들의 건면 출시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은 버스정류장 광고. /사진제공=풀무원






지난달 서울 시내의 주요 버스 정류장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광고가 등장했다. 정류장 옆 광고판에는 귀여운 모양의 오뚝이와 함께 “이제 ‘오뚝이(오뚜기(007310))’가 함께 하실 차례입니다. 웰컴! ‘신나면(신라면)’ 건면”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광고를 내건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건면 선두주자 풀무원(017810). 이례적으로 경쟁사의 이름과 경쟁제품을 에둘러 언급하면서까지 한껏 추켜세운 이 광고는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케 하면서 식품업계의 화제가 됐다.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경쟁사의 ‘미투(모방)’ 제품 출시를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불황 속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선 신제품 출시를 놓고 서로 헐뜯고 싸우기보다는 경쟁을 독려해 시장의 판을 키우자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풀무원이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 53곳과 주요 대학가에 광고판과 현수막을 내건 시점은 농심(004370)이 출시한 ‘신라면 건면’이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발표한 직후다. 식품업계에서 자사 광고를 통해 경쟁 제품을 추켜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풀무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건면의 원조 격인 ‘생라면’으로 건면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탓에 시장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라면업계 1위 농심이 2월 초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의 건면 버전을 내놓으면서 건면 시장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풀무원과 농심은 최근 앞다퉈 자체 건면 생산설비를 2배 규모로 증설하고 나섰다. 풀무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체 라면시장 자체가 어렵다 보니 경쟁사들도 이번 광고에 대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시장을 키우자는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전체 라면시장은 2015년부터 2조원 초반대로 정체된 반면 건면 시장은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맥주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가 2017년 처음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출시 1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5억 캔 판매를 돌파하며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자 오비맥주도 지난 2월 ‘필굿’을 출시하면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굿은 이름과 디자인, 마케팅까지도 필라이트를 따라 하며 전형적인 미투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수입맥주의 거센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참전이 발포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또 내심 업계 3위인 롯데주류의 동참도 기대하는 눈치다. 식음료업종 가운데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주류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냉동안주 간편식(HMR) 시장 역시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전체 시장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대상(001680) 청정원이 2016년 처음 선보인 HMR 안주 브랜드 ‘안주야(夜)’가 1년 만에 5배 넘게 성장하자 동원F&B(049770)와 오뚜기, 사조대림(003960), 풀무원 등도 잇따라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냉동안주 HMR 시장규모도 2016년 195억원에서 지난해 960억원으로 2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과도한 견제나 상호 비방보다 선의의 경쟁을 택한 것은 과거의 학습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빙그레(005180)가 ‘바나나맛 우유’로 바나나맛 가공유 시장을 독점해오던 2016년 말 매일유업(267980)이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당시만 해도 빙그레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2006년까지 900억원 초반에 머물러있던 바나나맛 우유 매출은 경쟁제품의 가세로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덕분에 이듬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역시 농심이 미투 제품을 내놓으면서 전체 감자칩 시장이 1,700억원에서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음용식초 시장도 2006년 대상 청정원 ‘홍초’를 시작으로 CJ제일제당(097950)샘표식품(248170), 사조해표(079660) 등이 가세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만들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만큼 함께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는 공생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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