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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업계에 연착륙 기회를 달라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





정부가 6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탈원전을 하겠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지난 2014년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2%의 원전 설비 비율을 오는 2029년까지 29%로 점증하도록 제시했고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계획은 이를 위해 6기의 추가 원전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취소됐다.

원전 산업은 장기 예측에 따른 기업 경영이 필수적이다. 계획부터 준공까지 10년은 걸린다. 2030년까지의 건설계획을 보고 경영전략을 수립한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계획이 취소됐을 때 겪는 난감함을 생각해보라. 신고리 5·6호기가 그나마 원전 산업체의 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엔지니어링 업체, 주기기 제작자 등 핵심 기업의 일거리는 이미 내리막길이다. 60년 걸린다는 탈원전이 산업체에는 6년도 안 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국내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활로는 수출뿐이다. 국가 총력전을 펴야 하는 원전시장에서 ‘팀코리아’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외신을 보면 가까운 시기에 수출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우선 협상권이 있던 영국은 중단 상태이다. 중소형 원전 공동설계까지 하며 공을 들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의 적극적 공세로 어려워 보인다. 원전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이 중요한데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영 악화로 쉽지 않다. 원전 수주를 위해서는 정상외교도 있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원전 수출을 직접 챙긴다고 한다. 원전 수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인도와의 정상외교에서 6기의 원전 수출을 약속받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폴란드는 2033년 최초의 원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도 원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에는 체코 원자력 학계 전문가들이 우리 원전 산업체를 둘러봤다. 그렇다면 원전 산업이 최소한의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경기 하강 국면이라고 한다. 추경까지 편성하며 경기 부양을 모색하고 있다. 미세먼지도 추경 편성의 한 이유라고 한다. 경기 부양 효과도 보고 미세먼지도 해결하고 원전 산업계의 숨통도 틔워줄 방법이 있다. 탈원전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재개하는 것이다. 원전 증가가 부담스럽다면 준공 시기를 조정해 한울1·2호기 운전이 만료되는 2028년에 준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한울 3·4호기는 한울1·2호기보다 훨씬 안전한 발전소이다. 경제성도 우수하다. 건설 재개 시 수천억원의 투자 손실도 피할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원전 산업체는 5~6년 정도의 일감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후를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원전 산업의 연착륙 기회를 준다면 이를 발판 삼아 수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 한다. 혹한기를 견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간기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원자로 제작자인 두산중공업은 순환 휴직에 들어갔다. 중소기업들은 일감 절벽을 실감하고 있다. 원전 산업의 주력인 공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 종료로 돌아오는 근로자들의 흡수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기술의 요체인 엔지니어링 기업은 일감 절벽에 더욱 민감하다. 엔지니어링은 사람이 핵심이다. 일이 없으면 사람이 떠나고 그러면 기술도 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전 산업 수장들을 만나고 인도·사우디에 원전을 팔기 위해 진력하는 것은 원자력이 미국 기술의 자존심인 것을 떠나 일자리와 안전을 위해서도 건강한 산업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을 일구기는 어려워도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원전 산업에 활로를 모색할 연착륙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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