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를 오는 10월 말까지 추가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한 차례 미뤄졌던 기한을 하루 앞두고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된 영국은 일단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정계의 브렉시트 논의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해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시간) 오후6시부터 만찬을 겸해 시작된 EU 브렉시트 특별정상회의는 자정을 훌쩍 넘긴 11일 오전에야 마무리됐다. EU 정상들은 브렉시트 추가 연기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연장시한을 놓고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EU는 브렉시트를 10월 말까지 연기하되 그 전에 영국이 EU 탈퇴협정을 승인하면 곧바로 브렉시트를 허용하는 ‘탄력적 연기’ 방안에 합의했다. 또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 기간인 5월23~26일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다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영국이 선거 참여를 거부하면 6월1일 ‘노딜’ 상태로 EU를 떠나야 한다. EU는 6월21일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연기 조건을 영국이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연기안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EU는 또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및 분담금 정산 등의 내용을 담은 EU 탈퇴협정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국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이 반대하는 ‘안전장치’, 즉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 역시 탈퇴협정에 들어 있어 수정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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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합의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은 기간 (브렉시트 관련) 행동방침은 전적으로 영국 손에 달렸다”며 “제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U 각국 정상들도 이번 결정이 “가능한 최선의 타협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연기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브렉시트의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번 결정으로 6개월을 벌었지만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의 승인을 얻고 영국과 EU 의회의 비준절차를 거쳐야 브렉시트가 마무리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 내 강경론자와 연립정당이 합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자 제1야당인 노동당과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당 역시 EU 관세동맹 잔류, 브렉시트 대안에 관한 확정 국민투표 등을 요구해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수당 강경론자들은 브렉시트 연기 조건인 유럽의회 선거 참여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선거 참여 여부 또한 불투명한 실정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브뤼셀에서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반드시 브렉시트가 단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다음달 첫 3주 내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영국이 6월1일에 EU를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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