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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2> 도시화 확대 위해 '후커우' 자격 완화하지만...농촌 차별은 여전

■경제성장과 사회통제 사이에 낀 '후커우 제도'

中 "수억명 농민 도시집중 막자"

도시·농촌 분리해 공안이 관리

농민 '도시후커우' 얻지 못한채

단기 노동자로 대도시서 일해

習 "내수 부양" 제도개혁 불구

'都農 이원 관리'는 그대로 유지

대도시 오히려 취득조건 강화

"도시 서열화만 부른다" 지적도

중국 베이징의 한 공사장에서 농민공들이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농민공들의 밝은 얼굴과 달리 ‘베이징시민’으로 보이는 한 여성의 표정은 굳어 있어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 중국에서 거주하게 된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처음에 방문해야 하는 중국 정부기관이 공안(경찰)이다. 거주등록을 공안 파출소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후커우(戶口·한국의 호적) 관리 역시 공안부가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이는 중국에서 주소관리가 행정서비스보다는 사회통제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60여년 동안 농촌과 도시라는 두 개의 후커우가 지속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지난 8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9년 신형도시화 건설 중점임무’를 공지했다. 2014년 공지에 비해 도시후커우 취득 제한이 다소 완화된 것이 특징이다. 공지 내용에는 “인구 100만~300만명 규모인 2급 대형도시의 후커우 취득 제한을 폐지하고 300만~500만명 규모의 1급 대형도시도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500만명 이상 특대도시의 경우 여전히 제한 규정이 남아 있으며, 취득 조건들은 더 까다로워졌다.

중국 사회주의 집단화의 잔재인 후커우제도가 시장경제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후커우는 전체 국민을 농촌(농업)과 도시(비농업)로 엄격히 나눠 각자 해당 지역에 머무르게 한 제도다. 현행 후커우제도는 1958년에 제정된 ‘후커우등기조례’에서 시작된 것으로, 지금도 중국인들이 자신의 후커우를 바꾸려면 정부 당국의 심사·허가가 필요하다. 특히 농민들에게 후커우는 큰 족쇄로 작용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전국적으로 도시를 키워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후커우제도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만 개인의 능력을 존중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를 서열화하는 새로운 계급제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한 후커우제도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사회주의 관리수단으로 태어난 도농 이원구조=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함께 전쟁의 상흔을 딛고 도시 위주로 경제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중국의 농촌 지역 주민들은 대거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개발도상국에 공통되는 과정이다. 다만 중국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문제가 됐다.

우선 농민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수억명에 달하는 농민이 도시를 휩쓸 경우 도시의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과장 섞인 우려가 제기되면서 농민의 도시 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에 힘이 실렸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 개조가 이뤄지면서 주민들은 통제의 대상이 됐다. 농민은 ‘인민공사’라는 집단농장에, 도시민은 ‘단위’라는 기업·기관에 제도적으로 묶어두고 관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중국의 후커우는 크게 네 가지다. 농촌과 도시의 구분, 그리고 농업과 비농업의 구분이다.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비농업 종사자, 도시의 농업·비농업 부문이 모두 다른 후커우로 묶였다. 그 가운데 핵심은 농촌과 도시의 이원구조다.

후커우 개혁의 필요성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분명해졌다. 개혁개방은 도시와 농촌의 유동성을 모두 높였다. 특히 도시의 인구 이동이 활발해졌다. 경제특구가 속속 생겨나고 공장 노동자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물론 저임금의 단순노동자들이다. 이에 맞춰 농촌에 거주하던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이른바 농민공이 생겨났다. 여기에는 농촌 여건의 변화도 배경이 됐다. 그동안 농민들을 가둬놓았던 집단농장이 해체되면서 농촌이 계층분화를 한 것이다. 재빨리 영리사업에 눈을 뜬 농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빈농으로 전락했다. 빈농들은 도시로 나가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농민의 도시 이주는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현상이지만 중국의 경우 특이한 점이 있다. 후커우제도가 유지된 상태에서 농민들이 도시로 이동한 것이다. 후커우제도에 따라 농민들은 자신들의 주소지는 농촌에 그대로 둔 채 단기노동자로 도시에서 일했다. 이는 자신들이 건설하고 있는 도시의 시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도시후커우를 얻지 못해 해당 도시가 제공하는 복지나 교육·의료서비스 등에서 배제된 것이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도시 주변인으로 살아온 이들은 경기가 나빠지자 가장 먼저 해고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농민공(1년에 6개월 이상 비농업 업무에 종사하는 농민)은 2억8,836만명에 달한다. 13억9,538만명인 중국 전체 인구 가운데 20.7%가 농민공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후커우제도가 농촌에 무조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농민들은 당연히 땅을 가지고 있는 반면 후커우제도 아래에서 도시후커우 소유자들은 농촌의 농지를 살 수 없다. 농민공들이 아무리 도시에서 고생하더라도 농촌에서의 기반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들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농민공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그나마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던 1세대 농민공이 퇴장하고 아예 도시에서 나고 자란 2·3세대 농민공들이 성장하면서 문제가 악화했다. 공산당 정부가 그토록 우려하던 농민공의 ‘도시 빈민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2세대 농민공들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민’이지만 후커우는 여전히 부모를 따라 농촌이다. 2세대 농민공이 주류가 되면서 도시 빈민층은 늘어나고 농촌은 점차 황폐해져 갔다.

후커우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당국은 1990년대부터 산발적으로 후커우제도를 손질해왔다. 농민공들에게 임시 도시거주증인 ‘잠주증’을 발급한다든지 아예 돈을 받고 도시후커우를 파는 등의 방식이다.

◇후커우제도, 사회통제와 경제성장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후커우제도 개혁은 시진핑 정부 등장 이후인 2014년 ‘국가 신형도시화 계획’ 공개로 본격적인 분기점을 맞았다. 시진핑 정부는 그동안 고정된 신분과도 같았던 후커우를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후커우제도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고 ‘신형도시화’라고 한 것이 특이하다.

하지만 이 개혁은 농촌이나 도시에서의 농업·비농업 구분을 없앴을 뿐 제도의 근본적 문제인 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원구조는 그대로 놓아뒀다. 후커우제도의 골간을 없앨 경우 밀어닥칠 중국식 사회주의 제도 파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안 때문이었다.

그나마 엉성한 개혁이라도 시동이 걸린 것은 경제성장의 필요에 의해서다. 한때 10%를 넘던 중국 경제성장률이 6%대로 미끄러진 가운데 이나마 지키기 위해서는 내수경기 활성화가 요구됐다. 후커우제도가 느슨해져 도시화가 확대되면 내수기반이 확충될 것이라는 기대가 개혁을 이끌었다.

도농 이원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중국의 각 도시들은 제각각 농촌과 농민을 흡수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점수적립제 도시주민후커우’제도다. 2013년 7월 상하이에서 처음 시작된 이 제도는 상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처럼 기준을 넘는 점수를 쌓은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대상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대학원 졸업장 등 학력, 도시 내 주택 구입 여부, 번듯한 직장, 나이, 군 경력, 사회봉사 등에 따라 점수가 누적된다. 도시민이 될 만하다는 자격을 해당 시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학력자에 대한 도시후커우 발급 등으로 쓰촨성 청두시의 인구가 2017년 17만명가량 늘었다는 통계를 전하기도 했다.

각 도시들이 규정한 요건은 제각기 다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조건이 다르고, 대도시와 중소도시도 다르다. 중국 역시 과잉도시 문제가 심각한 만큼 중소도시들은 가능한 제한을 완화하면서 농민들을 받아들인 반면 대도시는 오히려 규정을 강화했다. 농민공들은 베이징에서 빈민으로 사는 대신 중소도시로 거주지를 옮겨 합법적인 도시민이 될 수 있다. 물론 전반적인 제한은 완화하는 추세다. 도시화 기준과 관련해 100만~300만명 규모의 2급 대형도시에서 2014년에는 제한적으로 농민을 받아들였다면 2019년에는 아예 제한을 없앴다.

다만 후커우제도가 여전히 농촌과 도시를 구분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농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도시별로 우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면서 1등 시민, 2등 시민 등의 서열을 만들었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민족에 따라 생기는 차이가 중국에서는 자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도시후커우 자격 취득을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면서 여전히 이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농민들 사이에 자괴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농민공 숫자도 줄지 않고 있다. 당초 2016년부터 시작된 제13차 5개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1억명의 농민이 도시민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통계만 봐도 2014년 2억7,395만명이던 농민공은 지난해 2억8,836만명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형도시화가 농민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친후이 전 칭화대 교수는 “후커우제도는 여전히 인권이나 재산권·공공서비스 등에서 불평등을 만들고, 특히 가난한 농민공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회안정과 이를 위한 주민통제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중국 정부가 농촌·도시를 구분하는 후커우제도 자체를 폐지하지는 않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도시민이 되는 자격 제한을 계속 완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가 농민들의 선망의 대상인 중국에서 누가 도시민이 될지 가늠하는 키는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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