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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2년간 대기업 지배구조 큰 변화…집중투표제 법에 담지 않아도 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근절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년간 삼성·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 지배구조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했다”면서 “이런 변화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대기업 오너, 경영 참모들이 이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과거 구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려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구조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굳이 법률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입법 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을 놓고 연금 사회주의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과잉된 우려”라고 잘라 말했다.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부여하자는 데 대해서는 “기업을 일궈 어렵게 성공했을 때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긍정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3년 차인 올해 공공기관 불공정행위 근절, 특수고용직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조만간 종합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공정위와 주무 부처, 해당 공기업이 협업해 공공 부문의 공정거래 모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다음 달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청년이 도전하는 환경 만들어야”

창업 성공 보상에 대한 믿음 줘

‘다이내믹 코리아’ 명성 되찾아야

획일 규제론 공정경제 성과못내

부처협업 통한 공기업 개혁 필요

‘연금 사회주의’ 우려 해소 위해

기금위 전문성 확보 제도개선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경제와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유독 ‘부처 협업’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축 중 하나인 공정경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 시스템이 확고히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1년 차에는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 2년 차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집중했다”면서 “3년 차인 올해는 공정위와 공정거래법을 넘어서서 여러 부처 협업이 필요한 과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올해의 중점 추진 과제는 부처 협업을 통한 공공기관의 불공정 행위 근절이다.

“공정위가 외환위기 직후 공공기관 불공정 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 제재한 적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법원에 가서 상당 부분 패소했죠. 공공기관 불공정 행위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위의 엄정한 법 집행도 필요하지만 부처와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총 339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이들 기관의 경영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개별 기관들은 기재부 관리 아래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주무 부처 관리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 정책 주관 부처 수장으로서 이들 기관에 대한 하도급법 위반 등 불공정 행위를 올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공공기관 개혁이 실패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중앙 330여개, 지방까지 합하면 600개가 넘는 공기업을 획일적으로 규율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공공기관의 바람직한 상생협력 사례를 다양한 부처와 함께 거래 모범기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 집행을 통한 제재 일변도가 아닌, 모범 사례를 공공기관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 구상이다. 그는 “다음 달이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접근도 노동법이 아닌 공정거래법 측면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22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직장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사각지대’ 직종으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특고직 보호 이슈는 고용노동부가 노동법적 관점에서 접근할 부분이 있지만 거래법적 측면에서 접근할 부분도 있다”면서 “노동과 거래 정책 측면에서 개별 고용 형태별로 모범 기준을 만드는 방향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근절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김 위원장은 최근 경영계의 요구 목소리가 큰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게 포이즌필이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1주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장치다. 김 위원장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제도는 현재의 글로벌 경영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투자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에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다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등의결권이 벤처기업에 한해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별명이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그러나 지금 그 누구도 한국이 ‘다이내믹’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젊은이들이 위험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경영권이 희석되고 정작 성공했을 때는 쪼그라든 경영권으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공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경영권을 잃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차등의결권이 도전 자체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위험에 도전해 성공했을 때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가 연금 사회주의 우려를 낳는 데 대해서는 “과잉 우려”라고 단언했다. 그는 “어느 나라 연금(pension)도 민간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없다”면서 “그것은 오히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고 결과적으로 조 회장은 대표이사 자격을 잃고 이사회에서 축출됐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기업 총수가 이사회에서 물러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김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놓고 연금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잉됐지만 이러한 우려가 우리 사회에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위원회의 투명성과 책임성, 대표성과 전문성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돼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연금 사회주의라는 과도한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 대해서는 “한국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엘리엇이 삼성, 현대차를 공격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심사는 “경쟁 당국자로서 양사 합병이 경쟁 질서에 미치는 효과를 충실히 보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조선업을 3사(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 체제에서 2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산업 정책적 측면”이라면서 “공정위는 경쟁 당국으로서 산업정책과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공정위의 판단이 유럽연합(EU), 중국 등 다른 국가 경쟁 당국 심사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만큼 합병 당사국의 경쟁당국자로서 엄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M&A 심사에 대해서는 “3년 전 공정위 판단에 구애받지 말라는 차원에서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 플레이어들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책기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했다. 전체 23개 방송 구역 가운데 21개 구역에서 시장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조만간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낼 예정이고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제출했다.

“상법개정 우선순위 조정할 여지 있어”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상황 변해

목표 달성할 수 있는 대안 많아져

전자투표·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안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공정 경제’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다. 정부와 여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정해서라도 올해 안에 반드시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의지지만 야당과 재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상법 개정이 처음으로 추진됐던 지난 2013년 이후 벌써 6년째 표류 중인 이유다.

현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김 위원장은 “전자투표제 의무화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데 대해서는 정부 내에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그간의 상황 변화를 감안해 우선순위나 내용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상황 변화’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대표적이다. 그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상법에 도입하려던 취지는 이사회 제도, 특히 사외이사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그런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이 우리 현실에서 가능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진 및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이사들과 협의하고, 그 내용이 책임성·투명성 있게 이뤄진다면 이사 제도 관련 내용을 꼭 딱딱한 법률에 담아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잘 작동한다면 굳이 상법으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업 옥죄기’라는 우려 때문에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막히는 것은 오히려 한국 경제의 발전을 늦추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 환경에 따라 (공정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나 속도는 조정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개선 과제를 ‘기업 옥죄기’라는 논리로 좌절시킨다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그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 의지 요소가 삼성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보다 크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신뢰하며 인내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통해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가 추진되는 데 대해서는 “기업이 우려하는 것은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수사, 그리고 검찰의 별건 수사일 것”이라며 “강제수사와 관련해 별건으로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일선 검사가 아니라 대검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담=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정리=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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