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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15일 화재로 큰 손실 속 마크롱 "5년내 복원"
佛 정부, 국제공모 통한 현대식 복원 추진에
일부선 정치적 꼼수 비판 “원형대로 복원을”
국내외 기부 1.3조원 돌파 속 佛대기업 비난도
“세액공제 빼면 사실상 국민세금으로 복원”

  • 이재유 기자
  • 2019-04-20 09:00:01
  • 정치·사회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복원, 기부, 논란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15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 만에 뒤편 첨탑 상단부가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무너져내리고 있다. 큰 불길이 5시간 만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최악의 전소 사태는 피했지만 ‘노트르담의 화살’로 불리던 첨탑과 주변 십자형 지붕이 불에 타는 등 850여년 된 세계 문화유산이 소실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파리=AFP연합뉴스

“불길이 파리의 심장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덮쳤다.” (미 CNN방송)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 6시50분 시작된 화재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큰 피해를 입은 지 나흘째를 맞는 가운데, 현지 분위기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성당 건물 후면 십자형 지붕과 첨탑 등이 3분의 2 이상 훼손되는 등 피해가 컸지만, 세계 각국과 프랑스 국내외 기업들이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며 복구작업에도 활기가 유입됐다. 화답하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5년 내 복원을 마무리 짓겠다고 장담하며 사후 수습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제 현상공모 방식으로 무너진 첨탑을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 논란이 일고, 대기업들이 경쟁하듯 약속한 기부금 역시 기업 세액공제를 감안하면 결국 프랑스 국민의 세금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상 못 한 재난 앞에 결집되던 여론에 조금씩 균열을 가고 있다.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화재로 타버린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의 모습. 소실돼 구멍이 뚫린 지붕 사이로 불길과 연기가 보인다. /파리=EPA연합뉴스

먼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두고 논란이 된 것은 정부가 성당 첨탑의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기로 하면서다. 원래의 디자인과 재료,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원형을 되살려 문화유산의 역사성을 살릴지, 아니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건축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특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히고 “현시대의 기술과 경향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공모를 통해서는 첨탑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적 건축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지난 15일 소실된 첨탑 역시 1859년 성당의 보수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에 의해 새로 추가된, 기존에 없던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파리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는 18일 현지 매체인 프랑스인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첨탑을 과거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목재와 같은 오래되고 무거운 건축 재료보다 강철이나 티타늄 등 현대 건축에 사용되는 재료가 훨씬 더 성당 복원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또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슈뮈클 몰라르도 “현대적인 재건축 방식은 더 안전할뿐더러 기간도 더 단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의 본래 모습(위쪽)과 화재 발생 하루 만인 16일(현지시간) 모습 /파리=AFP연합뉴스

반면 850여 년 전통의 인류 문화유산이자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장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스스로 건축가임을 자임하기 이전에 (문화유산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며 “우리의 유일한 의무는 그 완벽한 걸작이 요구하는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물려받은 그대로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 복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마크롱 대통령이 ‘5년 내 재건’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 역시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에 맞춰 서둘러 노트르담 대성당을 다시 열려는 속셈이라고 야당을 비롯한 반대세력들은 비판하고 있다.

이에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재건에 대한 논쟁을 환영한다면서도 어떤 입장을 불변의 진리라고 믿는 ‘교조주의’(dogmatism)에 빠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여기에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기업들의 기부 약속이 이어지며, 국내외 모금액이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에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프랑스 내에서는 구찌·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케링그룹과 잘 알려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그리고 정유사 토탈, 화장품 기업 로레알 등이 기부를 약속했다. 미국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동참의사를 밝혔고, 세계적인 사모펀드 KKR의 공동 CEO인 헨리 크래비스와 그의 아내도 1,000만 달러(약 113억 원)를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 시리즈를 제작한 디즈니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500만 달러(약 56억 원), 미국 인디애나주의 노트르담 대학교도 10만 달러(약 1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15일(현지시간) 대화재가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구출된 주요 유물들이 근처 호텔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는 모습. /파리=AFP연합뉴스

반면 ‘노란 조끼’ 등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이번 기부에 나선 프랑스 대기업들에 ‘생계에 위협을 받는 서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라’는 요구와 함께 그들의 거액 기부가 결과적으로 국가의 세수(稅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부에 따른 세액 공제를 고려하면 정부 세수가 줄어들고, 사실상 성당의 복원은 국가 예산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노란 조끼 운동의 창시자인 잉그리드 르바바세르는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성에 대해 소셜미디어상의 분노가 점증하고 있다”면서 “그들(대기업)은 노트르담을 위해 하룻밤 사이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보수계 공화당 소속의 질 카레즈 의원은 대기업들의 거액기부가 정부 예산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만약 기부 액수가 7억 유로라면 2020년 정부 예산에서 4억 2,000만 유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노조 CGT 지도자 필립 마르티네스도 “만약 그들(대기업)이 노트르담 복원에 수천만 유로를 기부할 능력이 있다면 더는 ‘사회적 긴급사태’에 지불할 돈이 없다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앞서 1억 유로의 기부를 밝혔던 케링그룹은 세액 공제 혜택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원 빨라지는 노트르담…일각선 복원방식·‘절세용’ 기부 논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TV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한편 빠르게 답지하는 국내외 지원에 힘입어 마크롱 정부는 5년 내 복원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파리 엘리제궁 집무실에서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며 “5년 내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날의 화재가 분열된 프랑스에서 최상의 능력을 끌어냈다면서 “어젯밤 파리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힘을 모으고 결속하는 능력이었다”고 강조했다.

하루 3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파리의 명소 노트르담 대성당은 12~14세기에 건축된 프랑스 후기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성당이다. 1804년에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리는 등 프랑스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 ‘노트르담의 꼽추’(1831)와 최근에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같은 상징성이 있는 만큼 5년 이상 걸릴 복원작업 기간 노트르담을 대신할 임시성당을 세우는 방안도 교회 당국과 프랑스 정부가 검토 중이다.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기도의 공간이자 노트르담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는 임시 건물을 노트르담 바로 앞에 세운다는 것이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나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도 임시성당 건립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을 보인 바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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