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가 만든 전기차가 중국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합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2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는 중국에서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어렵게 낸 세금으로 중국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중 전기차 보조금 불균형 문제의 해법으로 정 회장은 ‘상호주의’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를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만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도 해외 진출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보조금 동등대우 요구에 할 말이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전기차가 대표적 친환경차인 만큼 생산 전 주기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 등 친환경성을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탄발전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에 친환경차라는 이유로 보조금을 동등하게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완전히 중단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 국내산 전기차도 중국 시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중국이 내년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면 중단할지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봤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내년 이후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연장을 계속 건의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한중 간 전기차 보조금 불평등 문제가 수소차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수소 승용차 한 대당 최대 20만위안(약 3,4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나 아직 수소 승용차를 양산하지 못해 실제 보조금 지급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수소차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수소차 양산 후 전기차처럼 보조금을 차별 지급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소차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가 세계적으로 기술우위를 확보한 분야다. 정 회장은 “앞으로 중국에서 수소차 시대가 열릴 경우 전기차처럼 자국산 수소차에만 보조금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정 회장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기업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변수”라며 “결국 전기차 생산단가를 낮춰 보조금 없이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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