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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현대차 퇴직 간부들은 왜 15년째 법원 문을 두드릴까

현대차, 2004년 비노조 과장급 이상 차별 규칙 제정

"근로자 동의한 적 없다" 간부사원 민·형사 소송전

박영수 특검에도 고소... 檢불기소 불복해 재정신청

공소시효 5년 문제 쟁점 부상... 26일 추가심문 요구





“계란으로 바위치기네요. 검찰에선 고소인 조사도 않고... 기각되더라도 대법원에 반드시 항고할 겁니다.”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306호 법정 앞. 현대자동차 법인을 상대로 한 비공개 재정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온 현대차(005380) 전·현직 간부사원 5명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비노조원 차등 취업규칙으로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회사를 수차례 고소했지만 이번에도 법정 내 분위기 상 재정신청 인용 가능성이 적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고발인이 직접 법원에 기소를 신청하는 제도다. 근로자들을 대리한 신평 변호사는 “검찰이 너무 성의 없이 수사했다”며 “한 가정의 가장과 가족들이 연관된 비극인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우리 사회에 약한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생산라인. /서울경제DB


◇2004년 현대차 노조원-비노조원 취업규칙 분리=현대차 전·현직 간부사원들의 법적 투쟁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노무현정부 때인 2004년 7월1일 주5일제가 본격 도입됨에 따라 같은 해 8월 비노조원인 과장급 이상 사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했다. 정년·휴일·연차·해고수당 등 과장급 이상 사원들의 근로조건을 생산직과 사무직 사원·대리급과 구분해 적용한 규칙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이 취업규칙에 대해 “기존 취업규칙에 일부 조항을 삭제하거나 삽입한 것은 형식을 보다 더 명료히 해 간부사원의 이해를 돕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취업규칙은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규칙을 작성할 수 있다”고 판시한 2000년 2월 대법원 판례를 취업규칙 분리의 법적 근거로 들었다.

현대차 간부사원들은 사측의 이 같은 조치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때 근로자의 과반수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엔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현대차 노조가 해당 취업규칙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사측은 근로자 동의서와 회의록도 없이 노조원 수를 변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결재를 받아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3월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차 일반직 지회까지 출범시켰다. 지회는 한때 300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했으나 잇따른 민·형사 소송 패소와 퇴직으로 현재는 극히 일부만 남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간부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사측의 징계로 해고됐다고 주장하는 오모씨 등이 결국 패소했고 5명의 해고자는 부당해고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 6명을 “대법원 판례를 정반대로 해석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고소인 조사도 안해” 검찰 불기소처분에 불복=이번 재정신청 사건은 정년을 앞둔 일부 간부사원과 퇴직 간부 14명이 지난 2017년 2월15일 탄핵정국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현대차를 고소한 건과 관련된 것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위반, 공문서·사문서 위조 혐의와 더불어 “현대차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출연한 128억원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이용한 부당이득금”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특검 기간 만료로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고 결국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전·현직 간부사원들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12월13일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공소시효 소멸 문제와 당시 실무 과정 파악에 관한 어려움은 이들에게 걸림돌이다. 현행 법 상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할 경우 받는 처벌은 벌금 500만원 이하다. 벌금형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2009년께 시효가 이미 소멸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시 현대차 내부에서 실무진들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별도 취업규칙 제정 작업을 진행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간부사원들은 22일 변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지난 26일 추가 심문을 신청했다. 해당 취업규칙이 현재도 현대차 사업장에 거의 그대로 적용되는 만큼 공소시효가 소멸됐다고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다. 잇따른 패소 속에서도 이들은 2017년 7월 연월차 수당과 관련한 민사 소송 2심에서 한 차례 승소를 거두기도 했다.

취업규칙 변경으로 50대에 퇴직했다는 한 전직 근로자는 “간부사원은 물론 사원·대리의 동의도 안 받고 별도 취업규칙 제정을 강행해 주말 근무에 동원되고 휴가도 제대로 못 갔다”며 “당시엔 비노조로 현직에 있다 보니 문제 제기를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현대차 일반직 지회장인 현승건 차장은 “사측의 방해로 노조 탈퇴자가 많아졌다”며 “재정신청 추가 심문 기회가 생기면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공소시효 문제를 적극 다툴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적 다툼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 인원”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2004년 간부사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했다”며 “그동안 법원 및 행정기관에서도 적법성을 인정받았다”고 항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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